2025년 10월 22일 (수)
(녹)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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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늘 깨어 준비하고 있어라 “주님의 충실하고 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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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경 [forgod] 쪽지 캡슐

07:57 ㅣ No.185748

2025.10.22.연중 제29주간 수요일(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로마6,12-18 루카12,39-48

 

 

늘 깨어 준비하고 있어라

“주님의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으로 삽시다”

 

 

“우리의 영혼은 새와도 같이, 

 사냥꾼의 올무를 벗어났으니,

 올무는 끊어지고 우리는 살았도다.”(시편124,7)

 

주님의 충실하고 슬기로운 삶을 지향하는 이들이라면 마음에 담아둬야 할 다음 오늘 옛 현자의 말씀입니다.

 

“독.”버섯과 독벌레는 아름다운 색을 가지고 있다. 거짓말도 이와 같으니, 꾸며낸 색은 유혹이 아닌 경고다.”<다산>

“교묘한 말로 꾸미는 얼굴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인(仁)한 사람이 드물다.”<논어>

 

오늘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기념일이네요. 참으로 충실하고 슬기로웠던 성인 교황님으로 기억합니다. 진실하고 성실하고 충실한 사람들이라면 언행 역시 소박하고 담백합니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하지 않은(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한국미의 삶을 삽니다. 예전 써놨던 <초록빛 생명들>이라는 자작시도 생각납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영성이 아니다

 하늘만 보고 별들만 보고 

 살 수는 없다

 

 땅에 뿌리 내린 더불어의 영성이다

 하늘 담을수록

 땅깊이 뿌리내려 초록으로 빛나는 생명들

 채소밭의 무, 배추, 형제들

 포근한 어머니 땅 품에서 사이좋게 잘도 자란다.”<2001.9.14.>

 

또 하나의 재미있는 <웬 아침부터 육체미 대회가?> 라는 자작시를 소개합니다. 이미 타계한 이 시몬 베드로 아빠스님이 이 시를 읽고 빙그레 웃으며, “이 신부님 야해.”하는 따뜻한 반응도 잊지 못합니다.

 

“웬 아침부터 육체미 대회가?

 잘 가꿔진 무밭 

 나란히 도열한 무 사나이들

 옆으로 늘어지 무잎들 다 벗어버리고

 

 저마다 육체미를 자랑하는 무 사나이들

 근육질 알통의 팔뚝들 같기도 하고 

 쭉벋은 종아리들 같기도 하다

 

 옆에서 넋놓고 바라보는 배추 처자들

 얼마동안은 계속될 육체미 대회

 아침 산책 때 마다 꼭 봐야겠다”<2007.10.22.>

 

혼자의 삶이 아니라 더불어의 삶입니다. 혼자의 여정이 아니라 더불어의 여정이요, 더불어의 구원이지 혼자의 구원은 없습니다. 깊고 넓게 보면 모두가 주님 안에서 한가족, 한식구입니다. 한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들이며 서로는 형제자매들이 됩니다. 

 

오늘 복음은 어제와 같은 연장선 안에 있습니다. 어제 깨어 있어라는 권고가 모든 제자에게 내리는 권고라면 오늘 복음은 관리자로서 형제들을 책임진 이들에 내리는 권고입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모든 시대의 관리자들은 물론 공동체에 몸담고 더불어의 삶을 사는 모든 이들이 명심해야 할 권고입니다. 어제의 마지막 부분이 오늘 역시 복음 서두에 강조됩니다.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몇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유비무환입니다. 주님도 죽음도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 베네딕도도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 권고하십니다. 그러니 오늘 지금 여기서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주님께 주어진 책임을 다하면서 늘 깨어 준비된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막연한 믿음이나 사랑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주님의 종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믿음의 삶, 책임을 다하는 사랑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주님은 베드로의 물음에 분명한 답을 주십니다.

 

“주인이 자기 집 종들을 맡겨 제때에 정해진 양식을 내주게 할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는 어떻게 하는 사람이겠느냐?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주인은 자기의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

 

언젠가 그날의 헴바침에 앞서, 하루하루 날마다 주어진 책임에 충실했는지 계산하며, 헴바치며 사는 일이 지혜로운 구원의 삶입니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2T의 삶이었는지 각자의 지난 하루 삶을 점검하는 시간입니다. 삶의 ‘시험(Test)’에 통과한 삶이요, 책임을 다한 ‘신뢰(Trust)’할 만한 참삶이 입증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은 바오로 사도가 말하는 순종의 종이자 의로움의 종에 해당됩니다.

 

“여러분은 죽음으로 이끄는 죄의 종이 되거나 의로움으로 이끄는 순종의 종이 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제 여러분은 죄에서 해방되어 의로움의 종이 되었습니다.”

 

삶은 역시 선택입니다. ‘충실한 종이냐 또는 불충실한 종이냐?’의 선택입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충실한 종의 삶을 선택하여 그 책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구원의 지름길입니다. 오늘 복음 후반부는 자기 책임에 소홀했던 불충실한 자들에 대한 처벌내용이 상세하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주님의 심판을 상징하는 데 이는 주님이 아닌 스스로 책임에 소홀함으로 자초한 심판입니다. 주님의 마지막 마지막 말씀이 엄중합니다.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시고, 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청구하신다.”

 

남에게 맡겨진 것과 비교하여 우월감이나 열등감의 유혹에 빠질 것이 아니라  각자 주어진 책임에 충실하라는 것입니다. 많은 은사를 받은 사람은 그만큼 노력을 많이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은 각자의 처지에 따라 셈하시지 더도 덜도 바라거나 요구하지 않습니다. 주님은 <업적의 양>을 보시는게 아니라 맡겨진 책임에 최선을 다했느냐의 <삶의 충실도>를 보십니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주님의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우리의 구원은 주님 이름에 있으니,

 하늘과 땅을 만드신 분이로다.”(시편124,9). 아멘.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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