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5일 (토)
(녹) 연중 제29주간 토요일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멸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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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9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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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5-10-23 ㅣ No.185779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루카 12,49-53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고 하십니다. 그분께서 지르시려는 불은 당연히 당신께서 강조하신 ‘사랑의 불’이겠지요. 참되고 강한 사랑은 활활 타오르는 불과 같습니다. 감정적으로 뜨겁게 타오르는 ‘불장난’ 같은 사랑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불은 계속해서 새로운 장작으로 옮겨붙지 않으면 꺼지는 성질이 있는데, 사랑도 그런 불과 같은 본질을 지니고 있다는 뜻입니다. 나에게서 다른 사람으로 계속해서 번져가지 않으면, 어느 순간 내 안에 있는 기쁨이라는 연료가 다 타버려 꺼지게 됩니다. 그러니 꾸준히 사랑의 불을 다른 이들에게 옮겨줌으로써 내 안에 기쁨이라는 연료를 채워주어야만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그 일을 주저하고 망설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고 나면 내 것이 줄어드는 재물의 특징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랑은 다른 이와 나눈다고 해서 결코 줄어들지 않습니다. 초의 불을 다른 이에게 옮겨 붙여준다고 해서 그 불꽃의 크기가 줄어들지 않는 것처럼, 오히려 나눈 만큼 전체의 불꽃이 더 크고 밝아지는 것처럼, 나와 상대방 모두의 마음을 더 큰 기쁨으로 채워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처럼 다른 이들에게 사랑의 불을 붙여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쉽고 편한 것만 찾는 나태함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익숙한 것만 찾으며 현 상황에 대충 안주하려고 드는 안일함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이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적극성이 생깁니다. 내 것을 먼저 내어줄 수 있는 용기가 생깁니다. 예수님께서 우리 마음에 사랑의 불을 붙여주시기 위해 기꺼이 사람이 되시어 먼저 다가오셨습니다.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당신께서 주실 수 있는 전부를 내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당신처럼 이웃에게 먼저 다가가기를 바라십니다. 형제에게 더 많이 내어주고 베풀기를 바라십니다. 그런 성실한 일꾼들이 많아질수록 하느님 나라가 이 세상에 완전한 모습으로 실현될 날이 성큼 우리 앞으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상대방에게 먼저 사랑의 불을 붙여주는 사람이 되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랑을 실천하면 상대방이 불편해하거나 무시할까봐, 그러면 자신이 상처받을까봐 두렵습니다. 힘들게 마음을 열고 상대방에게 다가갔는데 그에게 거절당할까봐 그래서 내가 민망하고 부끄러워질까봐 두렵습니다. 더구나 이 세상에는 사랑의 불꽃을 불편하게 여기고 싫어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 밝은 빛 때문에 자신의 어두운 면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걸 불편해합니다. 그 뜨거운 열기가 자꾸 자기 마음을 자극하여 주님께서 바라시는 일을 하게 만드는 게, 그로 인해 자신이 손해를 보거나 희생해야 하는 걸 싫어합니다. 그래서 ‘왜 그렇게 유난을 떠느냐’며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을 질책합니다. ‘너희들이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지느냐’며 그들을 바보취급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갈 걸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다른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공동체에 분열과 갈등을 일으킨다며 그들을 비난합니다.

 

하지만 그런 방해와 핍박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의 불을 전해야 합니다. 오직 사랑만이 우리로 하여금 참된 일치를 이루게 하여 모두를 하나로 만듭니다. 허나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분열이라는 힘든 과정을 거치게 되지요. 사랑이신 주님과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세상이 원하는 것과 주님께서 바라시는 뜻을 올바르게 식별하여 후자를 따라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들이 하나 둘 나에게서 분열되어 떨어져 나가더라도 아까워하거나 집착하지 말고 그대로 내버려두어야 합니다. 그러면 결국 우리 마음 속에 하느님의 뜻만 남습니다. 그러면 불순물을 다 태우고 남은 쇳물이 모여 단단한 강철을 이루는 것처럼, 하느님의 뜻을 지닌 우리가 모여 교회라는 참된 믿음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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