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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8일 (화)
(홍) 성 시몬과 성 유다(타대오) 사도 축일 예수님께서는 제자들 가운데에서 열둘을 뽑아 사도라고 부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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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시몬과 성 유다(타대오) 사도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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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5-10-27 ㅣ No.185870

 

오늘은 사도 성 시몬과 성 유다(타대오)의 축일입니다. 저는 오늘 제 주위에 있는 시몬과 유다(타대오) 사제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제 동창 중에 시몬 사제가 두 명 있습니다. 한 명은 지난 620일에 하느님의 품으로 떠난 시몬입니다. 신부님은 늘 진중하였고, 성실하였습니다. 화려하고 예쁘게 드러나는 꽃이 되기보다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땅속의 뿌리가 되는 삶을 선택하였습니다. 화려한 꽃도 뿌리가 있어야 생기가 날 수 있듯이, 신부님은 그렇게 교회와 동창들을 위한 뿌리의 삶을 살았습니다. 신학교 영성 지도 사제로 있을 때입니다. 신학생들이 꼭 읽어야 할 영적 독서 목록을 작성하였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책을 읽어야 했습니다. 이냐시오 영신 수련을 위한 안내 책자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영신 수련의 구조와 내용을 모두 알아야 했습니다. 신부님 덕분에 저는 신부님이 만들어 놓은 자료로 영신 수련 피정을 할 수 있었습니다. 동창회장을 맡았을 때입니다. 동창 신부님의 축일이면 어김없이 동창 신부님의 인품에 어울리는 화분을 들고 방문하였습니다. 관심과 열정이 없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신부님은 하늘나라에서도 뿌리와 같은 모습으로 동창을 위해 기도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른 한 명은 군종 사제로 20년 넘게 사목하였고, 지금은 방송국에서 사목하는 시몬입니다. 신부님은 활동적이었고,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성격이었습니다. 서품 10주년을 기념하며 여행 같을 때입니다. 섬에서 문화행사가 있었고,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이 각자의 문화를 소개하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신부님은 한국을 소개하였고, 아리랑을 신나게 불렀습니다. 신부님은 특유의 친화력과 열정으로 군 사목을 하였고, 군종감으로 전역하였습니다. 제가 뉴욕의 가톨릭평화신문에 있을 때입니다. 신부님은 뉴욕을 방문하였고,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경직되었던 방송국의 문화를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문화로 바꾸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는 방송을 통해서 영적으로 메마른 이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주었습니다. 방송 미사를 통해서 얻은 수익금은 선교사들을 위해서,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본당을 위해서 나누어 주었습니다. 신부님의 열정과 추진력은 2027년 서울에서 개최되는 세계 청년 대회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타대오 신부님은 제가 34년 전에 처음으로 만났던 본당 신부님입니다. 미국으로 이민 오면 공항으로 마중 나온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마중 나온 사람이 세탁소를 하면 이민 온 사람도 세탁소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중 나온 사람이 도넛 가게를 하면 이민 온 사람도 도넛 가게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중 나온 사람이 마트에서 일하면 이민 온 사람도 마트에서 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만큼 처음 만나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제가 처음 본당 신부님으로 모셨던 타대오 신부님도 제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신부님은 기도의 모범을 보여주었습니다. 신부님 사제관에는 기도방이 따로 있었습니다. 신부님의 기도 초는 매일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게도 성령 기도회 미사에 함께 하기를 원하였습니다. 신부님은 늘 기뻐하였습니다. 사제 생활은 기뻐야 한다고 말하였습니다. 신부님은 자유로웠습니다. 신부님의 기쁨과 자유는 기도를 통해서 샘솟는 기쁨과 자유였습니다. 저는 신부님을 통해서 기도가 사제 생활에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사제 생활은 기쁘고,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신부님께서 늘 건강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정호승 시인의 연어라는 시를 떠올립니다. 바다를 떠나 너의 손을 잡는다./ 사람의 손에서 이렇게/ 따뜻함을 느껴본 것이 그 얼마 만인가!/ 거친 폭포를 뛰어넘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고통이 없었다면/ 나는 단지 한 마리 물고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누구나 먼 곳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바다는 너의 기다림 때문에 항상 깊었다./ 이제 나는 너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 산란을 하고/ 죽음이 기다리는 강으로 간다./ 울지마라/ 인생을 눈물로 가득 채우지 마라/ 사랑하기 때문에 죽음은 아름답다." 연어는 거친 바다에서 살다가 삶의 끝자락에 이르면 태어난 강으로 돌아갑니다. 폭포를 뛰어넘고,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면서도 고향으로 향합니다. 그 힘은 다름 아닌 사랑입니다. 시인은 그것을 엄마에 대한 사랑이라고 해석합니다. 저희 교우들도 이민 와서 살아가면서 많은 폭포와 파도를 만나셨을 것입니다. 영어라는 장벽, 낯선 문화, 생계를 위한 고단한 노동,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족에 대한 사랑, 이웃에 대한 사랑, 그리고 하느님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걸어오신 것입니다. 연어가 결국 고향의 강으로 돌아가듯, 우리 인생의 마지막 목적지는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이제 더 이상 외국인도 아니고 이방인도 아닙니다. 시민이며 하느님의 한 가족입니다.”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은 바로 하느님입니다. 성도들과 함께 하느님의 집, 하느님의 품입니다. 사도 시몬과 유다(타대오) 성인은 예수님의 길을 따라 살았고, 마침내 주님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우리도 그 길을 따라야 합니다.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인생, 나누기에도 바쁜 인생입니다. 그러니 늘 감사하고, 항상 기도하며, 언제나 기쁘게 살아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사도의 삶을 이어가는 길이고, 오늘 우리가 이 축일을 기쁘게 지내야 할 이유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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