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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6일 (목)
(녹) 연중 제31주간 목요일 하늘에서는,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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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1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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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5-11-05 ㅣ No.186104

[연중 제31주간 수요일] 루카 14,25-33 “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오늘 복음의 시작 부분을 보면 ‘많은 군중이 예수님과 함께 길을 가고’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몸으로는 예수님의 뒤를 졸졸 따라 다니고 있지만, 마음으로 그분의 뒤를 따르고 있지는 않았지요. 각자가 예수님께 기대하거나 바라는 것이 있었고, 그분의 능력에 기대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기에 그분 곁에 머물렀던 겁니다. 각자가 갖고 있는 다양한 바람이나 목적이 예수님을 중심으로 한 데 어우러져 있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의 상태였던 셈입니다. 그러나 그 불안하고 위태로운 ‘동행’이 언제까지고 계속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각자가 마음에 품고 있는 꿈을 이루는데에 예수님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분 곁을 떠나고 말겠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그들이 몸으로만이 아니라 마음으로도 당신을 따를 수 있도록, 당신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이고 순명할 수 있도록, 당신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따라야 하는지를 알려주십니다.

 

그 첫번째 마음가짐은 주님 이외의 다른 것들, 심지어 그것이 사람이라면 귀하게 여기는 게 당연한 가족이나 자기 목숨이라고 할지라도 미워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미워한다’는 것은 서로 감정이 상한 이들을 대하듯 대립하고 배척한다는 뜻이 아니라, 주님을 따름으로써 참된 삶을 살기 위해 더 중점을 두고 열심히 추구해야 일이 따로 있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바로 주님과 그분 뜻을 내 마음의 ‘첫자리’에 모시고 다른 모든 것에 앞서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 추구가 아무런 준비나 대책 없이 맹목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고 하십니다. 탑을 세우기 전에 높이, 구조,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 공사하는데 걸리는 기간 등을 꼼꼼히 확인하며 계획을 세우듯이, 자기의 장점과 단점 등을 꼼꼼하게 성찰한 뒤에 그런 자신이 어떻게 해야 주님을 ‘최선’의 모습으로 따를 수 있을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라고 하십니다.

 

그 두번째 마음가짐은 주님을 따르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고통과 시련, 문제와 어려움들을 그분께서 나를 구원하시기 위해 특별히 마련하신 ‘나의 십자가’로 받아들이며 순명의 마음으로 기꺼이 지는 것입니다. 그 십자가는 시대나 환경에 따라, 내가 처한 그 때 그 때의 상황이나 마음가짐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드러나지요. 박해시대에는 말 그대로 주님께 대한 참된 믿음을 증거하기 위해 내 목숨까지 내어 드리는 것이 십자가였다면, 신앙의 자유를 누리는 지금은 주님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 나의 뜻과 고집을 꺾는 것이, 나의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 내가 져야 할 십자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세번째 마음가짐은 하느님과 그분 뜻을 위해 ‘자기 소유를 다 버리는’ 것입니다. 이는 단지 물질적으로 아무것도 지니지 않는 ‘무소유’와는 다르지요. 세상 것들에 집착하며 스스로를 그것들에 옭아매어 주님을 따르는 일이 방해받지 않도록 ‘영적인 자유’를 누리라는 뜻입니다. 사람은 손에 쥔 게 많을수록 자신이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것들에 더 강하게 소유당하는 법입니다. 그렇기에 주님을 제대로 따르기 위해서는 더 내려놓고 더 비우려는 노력이 필요한 겁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세 가지 마음가짐은 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실 때 이미 우리 안에 심어주신 은총입니다. 그러니 부족한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지금 자신이 남들보다 나아 보인다고 해서 뽐낼 일도 아니지요. 그저 하느님께서 내 안에 심어주신 그 의지를 경외심으로 받아들이고 순명의 정신으로 따르면 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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