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
연중 제33주간 수요일 |
|---|
|
휴가 셋째 날은 은행 업무와 운전면허증 갱신 업무를 보았습니다. 은행 일은 금방 끝났지만, 면허증 갱신은 쉽지 않았습니다. 준비물이 여러 가지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진 2매, 출국 항공권, 해외 체류 비자’가 필요했습니다. 항공권은 인쇄본으로 제출해야 했습니다. 또, 갱신과 적성검사를 위해서는 신체검사도 받아야 했습니다. 혼자 감당하기에 버거웠지만, 안내 직원이 친절하게 도와주었습니다. 제가 헤매고 있으니 직접 프린터를 이용해 항공권도 출력해 주었습니다. 그분의 친절함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한국의 행정 시스템은 참으로 빠르고 효율적이었습니다. 대기표를 뽑으면 예상 대기시간이 화면에 표시되고, 번호가 뜨자마자 창구에서 신속하게 처리해 줍니다. 신청 후 5분 만에 현장에서 새 운전 면허증을 바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앞면은 한글, 뒷면은 영어로 되어있었고, 유효기간은 2035년까지입니다. 앞으로 10년은 걱정이 없습니다. 그날 저를 도와준 안내 직원과 창구 직원에게 마음속으로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성실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이들도 하느님께서 사랑하실 것입니다. 저녁에는 전에 함께했던 본당의 형제님들과 신부님을 만났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예전의 추억으로 돌아갔습니다. 전 신자가 함께 기차를 타고 성지순례를 갔던 일, 도보로 수리산과 절두산을 향해 순례하던 기억, 또 천수만으로 가족 캠프를 갔던 일들이 하나씩 떠올랐습니다. 태풍 곤파스로 성당 흙이 아파트 쪽으로 밀려 내려갔던 일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큰일났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서울시와 구청의 도움으로 산을 깎아내어 안전하게 정리했더니, 그 자리에 멋진 앞마당이 생겼습니다. 당시 저는 한 달에 한 번씩 구청 교우들을 위해 미사를 드리곤 했습니다. 그 인연으로 알게 된 직원들이 성당 마당 정비에 좋은 방안을 알려주었습니다. 그 땅에 지금은 십자가의 길이 세워졌다고 합니다. 잡목으로 뒤덮였던 곳이 이제는 아름다운 정원이 되어, 성모의 밤 전례도 하고, 사순시기에는 십자가의 길 기도도 드린다고 하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버려진 땅이 은총의 공간으로 바뀐 것은, 결국 믿음과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잘하였다, 착한 종아! 네가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열 고을을 다스리는 권한을 가져라.” 이 말씀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주어진 일에 성실한 사람,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하느님께서는 기억하신다는 뜻입니다. 면허증 갱신 창구에서 묵묵히 일하던 직원,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본당을 위해 봉사하는 형제님들처럼 말입니다. 어제는 엘아자르의 순교 이야기, 오늘은 일곱 아들을 하느님께 바친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들의 믿음과 헌신은 ‘부활 신앙’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우리 모두 죽지 않고 다 변화할 것입니다. 썩는 몸이 썩지 않는 것을 입고, 죽는 몸이 죽지 않는 것을 입을 때, 그때 성경의 말씀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승리가 죽음을 삼켜 버렸다. 죽음아, 너의 승리가 어디 있느냐?’”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이 세상이라는 문을 열고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갈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경쟁으로 정해지는 상대평가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절대평가의 나라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예수님을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어땠을까요. 그는 탁월한 재능을 세상을 위해 썼지만, 영원한 생명을 위한 믿음의 길을 알았다면 더욱 복된 사람이 되었을 것입니다. 어떤 이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에게 손이 둘인 것은 하나는 자신을 위해, 다른 하나는 남을 돕기 위해 주신 것이다. 발이 둘인 것은 하나는 나를 위해 걷고, 다른 하나는 이웃에게 다가가기 위해 있다. 눈이 둘인 것은 하나는 나를 바라보고, 다른 하나는 남을 아름답게 보기 위해 있다. 귀가 둘인 것은 하나는 내 유익을 듣고, 다른 하나는 남의 어려움을 들어주기 위해 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런 마음으로 살라고 하십니다. 우리의 재능과 능력은 나 자신을 위해 쓰되, 그 절반은 이웃을 위해 사용하라고 하십니다. 자신만을 위해 쓰는 재능은 하느님 나라의 열쇠가 되지 못합니다. 밤하늘이 별빛으로 아름답듯이, 우리의 선행과 봉사가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되어야 합니다. 작지만 성실한 우리의 손길이, 누군가에게는 하느님 나라를 비추는 희망의 별빛이 되기를 바랍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게시판 운영원칙
Help Des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