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7일 (목)
(녹) 연중 제34주간 목요일 예루살렘은 다른 민족들의 시대가 다 찰 때까지 그들에게 짓밟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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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4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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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5-11-26 ㅣ No.186516

[연중 제34주간 수요일] 루카 21,12-19 “이러한 일이 너희에게는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다“.

 

 

 

 

오늘도 어제 복음에 이어 ‘사람의 아들’이 다시 오시는 종말의 날에 일어날 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제 복음이 온 세상에 전반적으로 일어날 외적인 표징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그 관점에 대한 이야기라면, 오늘 복음은 주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가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로 일상 안에서 마주하게 되는 박해, 즉 미움과 배척 그리고 십자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그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이지요.

 

그런데 굉장히 무겁고 암울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한 단어가 영 마음에 걸립니다. 바로 ‘기회’라는 단어입니다. 주님께서 주신 가르침과 계명을 따른다는 이유로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고 배척을 당하며 심지어 목숨을 잃을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데, 그걸 오히려 당신께 대한 믿음을 당당하게 증언할 수 있는, 그리하여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자격을 갖출 수 있는 ‘기회’로 삼으라고 하시는 겁니다. 그 말씀이 머리로 아예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지만, 마음으로는 썩 내키지 않는게 사실이지요. 하지만 주님께서 말씀하신 이 ‘구원의 기회’는 부족하고 죄 많은 우리가 연옥에서 정화의 시간을 거치지 않고 ‘직천당’ 할 수 있는 정말로 드물고 귀한 기회입니다. 그러니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꼭 붙잡아야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그 기회를 꽉 붙잡을 수 있을까요? 먼저 주님 말씀대로 박해가 구원받을 ‘기회’라는 점을 머리로만이 아니라 마음으로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님을 위해, 그분 뜻을 따르기 위해 기꺼이 십자가를 질 각오, 가시밭길을 마다하지 않고 걸을 각오를 단단히 다져야겠지요. 우리에게 그럴 각오를 다질 힘을 주는 원천은 바로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나의 주님이신 하느님을 사랑하는 자세입니다. 하느님을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은 누가 억지로 강요하지 않아도 그분을 향한 내 믿음과 사랑을 드러낼 수 있는 상황이나 자리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들 중 마음 속에 그런 사랑을 지닌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우리는 하느님을 너무 사랑해서라기보다, 불안한 미래에 대한 ‘보험’으로 혹은 ‘마음의 평화’를 위해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 않은지요? 그러기에 그 신앙생활이 부담스럽고 힘들거나 해서 오히려 마음을 더 산란하게 만들면, 신경 안쓰이게 무의식 저 깊은 곳에 묻어버리거나 아니면 아예 내 마음 밖으로 밀어내 버리지 않는지요? 그러면서 신앙생활이 무미건조하다고, 딱히 특별한 재미도 보람도 안느껴져서 굳이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리지 않는지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불같이 타올랐던건 주변 사람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을 향한 나의 사랑이 뜨거워지길 원한다면 내 삶이 별 탈 없이 무난하게 흘러가기만 바랄 게 아니라, 자꾸만 하느님의 사랑에서 나를 갈라놓으려고 드는 세상의 유혹과 시련에 정면으로 맞서야 합니다. 그렇게 맞서려는 의지가 강할수록 하느님께 대한 나의 믿음과 사랑이 깊어질 것입니다. 그 사랑으로 그 어떤 고통과 시련도 인내로이 잘 극복하여 하느님과 더 깊이 일치하게 될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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