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 (목)
(자) 12월 18일 예수님께서는 다윗의 자손 요셉과 약혼한 마리아에게서 탄생하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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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3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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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5-12-15 ㅣ No.186860

최근에 문명의 역습이라는 책을 다시 읽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문명이라고 하면 더 나은 발전과 편리한 삶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이 책은 농경과 국가, 도시의 탄생이 단순한 진보가 아니라, 새로운 부담과 고통의 시작이었음을 알려 줍니다. 문명은 삶을 체계화했지만 동시에 더 많은 통제, 폭력, 불평등을 만들어낸 구조였습니다. 문명이 인류에게 남긴 어려움은 여러 가지입니다. 첫째는 건강의 악화와 노동의 고역입니다.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던 수렵·채집인과 달리 농경 사회는 한 가지 곡물에 의존했고 과로와 질병이 급증했습니다. 둘째는 감염병의 확산입니다. 도시 정착은 사람과 동물이 밀집된 환경을 만들었고, 전염병은 문명이 만든 새로운 재앙이 되었습니다. 셋째는 국가와 전쟁의 구조화입니다. 초기 국가는 보호를 위한 기관이 아니라, 곡물을 징수하고 노동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폭력은 제도화되었습니다.

 

넷째는 계급 불평등과 착취의 심화입니다. 이동을 기반으로 한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재산 축적이 거의 없었고 공동체적인 분배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농경과 정착은 토지 소유를 가능하게 했고, 사유재산의 등장은 곧 불평등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문명은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을 제도화한 구조였습니다. 다섯째는 자유의 상실입니다. 정착과 농경은 이동의 자유를 잃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동하지 못하는 삶은 국가의 관리와 통제가 가능해졌음을 뜻하며, 세금, 군역, 기록, 징집 등이 체계화되었습니다. 국가의 울타리 안에 사는 삶은 편리함을 제공했지만, 그만큼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 삶이었습니다. 여섯째는 환경 변화에 대한 취약함입니다. 농경은 특정 곡물에 대한 집중을 강요했고, 자연재해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가뭄, 홍수, 병충해가 발생하면 문명 전체가 붕괴하기도 했습니다. 자연과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던 수렵·채집 사회보다 문명사회가 오히려 환경 변화에 더 취약해졌습니다.

 

문명의 역습이 말해 주는 핵심은 문명이 우리에게 많은 유익을 준 동시에 그만큼의 대가를 치르게 했다는 사실입니다. 문명은 진보의 이름 아래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폭력, 질병, 과로, 불평등 등 새로운 고통도 함께 가져왔습니다. 이 책은 인류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어떤 문명을 살아가고 있으며, 어떤 문명을 꿈꾸어야 하는가?” 문명이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를 바라볼 때, 우리는 오히려 하느님 나라의 새로운 질서, 나눔과 생명, 자유와 평화의 문명이 더욱 필요함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의 성서 말씀은 이 질문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강대국에 의해 나라를 빼앗기고 유배를 살아야 했습니다. 문명이 만든 폭력과 억압 속에서 그들이 붙든 것은 오직 하느님이었습니다. 성서는 말합니다. “주님은 마음이 부서진 이를 가까이하시고, 영혼이 짓밟힌 이를 구원해 주신다. 그분께 피신하는 이 모두 죗값을 벗으리라.” 수렵·채집인들이 두려움 속에서도 공동체를 이루며 서로에게 힘이 되었듯이, 희망을 잃은 이스라엘 백성도 같은 마음으로 하나 되어야 했습니다. 구원의 자리는 언제나 마음이 낮아지는 곳, 겸손과 믿음이 자리한 곳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책망하시는 것은 하나입니다. “보고도 믿지 않는 마음” “듣고도 바꾸지 않는 마음입니다. 우리는 해마다 대림초를 바라보고, 구세주를 기다리는 말씀을 듣습니다. 그러나 말씀을 듣고도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여전히 걱정과 두려움 속에서 대림을 살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마음이 바뀌고, 시선이 바뀌고, 행동이 바뀐다면 우리의 삶은 곧 하느님 나라의 새로운 문명, 평화와 희망의 문명을 이루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 문명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었지만,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구원의 질서, 사랑의 질서, 생명의 문명을 초대하십니다. 대림 시기는 바로 그 새로운 문명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시간입니다. “자비하신 주님, 대림의 시간을 보내는 저희 마음을 밝혀 주시어 두려움이 희망으로, 습관이 변화로, 슬픔이 기쁨으로 바뀌게 하소서. 주님을 기다리는 이 시기 동안 우리의 작은 선택과 행동 안에서 하느님 나라의 희망이 드러나게 하시고 주님의 길을 따르는 참된 제자가 되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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