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1일 (일)
(자) 대림 제4주일 예수님께서는 다윗의 자손 요셉과 약혼한 마리아에게서 탄생하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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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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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5-12-20 ㅣ No.186942

[12월 20일] 루카 1,26-38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제와 어제 복음에서는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요셉의 의로움과 계명과 율법대로 사는 즈카르야의 의로움이 대조적으로 나타났다면, 어제 복음과 오늘 복음에서는 하느님의 뜻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의구심을 품는 즈카르야의 어정쩡한 동의와 하느님의 뜻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리아의 완전한 동의가 대조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약혼은 했지만 아직 정혼자와 같이 살지는 않는 동정의 몸으로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라는 천사의 말을 듣고, 마리아는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는지’, 하느님의 말씀이 이루어지게 하려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묻지요.

 

그러자 가브리엘 대천사가 대답합니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이 말을 쉽게 설명하자면 ‘하느님께서 당신 능력과 힘으로 다 알아서 하실테니 걱정하지 마라’ 정도가 될 겁니다.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은 하느님께서 알아서 하십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리아 편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위해 계획하신 당신 ‘선’을 실행하실 때 반드시 그 선을 누릴 대상이 자기 의지로 응답하고 능동적으로 협력하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그러지 않고 무응답 무관심으로 일관하면 애써 마련하신 선이 그에게서 실현되지 않고 흘러가 버리지요.

 

그래서 성모 마리아께서는 하느님의 뜻을 놓치지 않고 꽉 붙잡기 위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응답하십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이 응답은 크게 세가지 부분으로 나누어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보십시오”라는 ‘부름’입니다. 이는 상대방이 나를 주시하도록 그의 시선을 붙들어 두기 위해 하는 말입니다. 즉 마리아께서는 마지 못해서 혹은 어쩔 수 없이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인 게 아니라, 그 뜻이 자신에게서 떠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붙들어 두려고 한 것이지요. 둘째는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라는 ‘고백’입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비굴하게 군 게 아니라,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본 결과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깨닫고 한 말이지요. 일반적으로 ‘종’은 그저 주인이 시키는대로 맹목적으로 따를 뿐이지만, 마리아께서는 자신이 하느님 없이는 살 수 없는 부족하고 약한 존재임을 깨달았기에 그분께 자신을 온전히 의탁하고자 한 겁니다.

 

셋째는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는 ‘바람’입니다. 마리아께서는 하느님의 뜻이 나와는 별 상관 없는 남의 일처럼 이루어지길 바라신 게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걸 자기 일처럼 여기며 그것을 진심으로 바라셨습니다. 즉 마리아의 뜻이 하느님의 뜻과, 마리아의 희망이 하느님의 희망과 같아진 것이지요. 그러면 하느님께서 마리아 안에 현존하십니다. 그를 당신 거처로 삼으시고 그 안에 사십니다. 그리고 이건 비단 마리아께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하느님 뜻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응답하고, 그분 뜻에 순명하며, 나를 통해 그분 뜻이 이루어지도록 나 자신을 그분께 봉헌하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사십니다. 그렇게 하느님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 계시는 ‘임마누엘’ 하느님이 되십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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