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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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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이며, 가정 성화 주간을 맞아 우리가 잃어버린 것, 그리고 다시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함께 묵상하고자 합니다. 예전에 읽었던 글이 떠오릅니다. 한 대기업 간부가 멕시코의 작은 어촌으로 여행을 갔습니다. 그는 바다에 잠깐 나갔다가 시간을 가족과 웃으며 보내는 어부를 보며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조금만 더 열심히 일하면 돈을 더 벌고, 배를 더 사고, 결국 나처럼 좋은 휴가를 올 수 있습니다.” 그러자 어부는 잔잔하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이미 매일 가족과 휴가 같은 삶을 살고 있는데, 왜 가족과의 시간을 포기해야 합니까?” 간부는 어부의 말을 듣고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아이들의 생일도, 졸업식도, 결혼기념일도 지나가 버렸고, 가족들과의 대화도 사라졌었습니다. 그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가장 소중한 것은 ‘미래에 누릴 행복’이 아니라 ‘지금 함께 있는 사람들과 나누는 시간’이라는 것을. 『문명의 역습』이라는 책의 지적도 이와 닮았습니다. 현대 아이들은 더 안전한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정작 자연을 잃고, 자유시간을 잃고, 경험이라는 산소를 잃고 있습니다. 햇빛 부족으로 근시는 늘고, 스트레스로 약을 먹고, ADHD 약 판매량은 폭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문명의 편리함을 얻는 대신,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본질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요? 크고 웅장한 집은 살 수 있어도 그 집 안에서 오가는 가족의 대화는 살 수 없습니다. 아름다운 식탁은 살 수 있어도 함께 웃으며 밥을 먹는 시간은 살 수 없습니다. 우리가 쌓고 있는 바벨탑은 결국 사막의 신기루처럼 우리를 속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보는 것은 ‘나’가 주체입니다. 내가 보고, 내가 즐기고, 내가 판단합니다. 그러나 듣는 것은 ‘남’이 주체입니다. 남이 말을 해야 듣게 됩니다. 그래서 영원한 생명은 ‘보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이스라엘의 신앙도 “들어라, 이스라엘아!”로 시작되었고, 예언자들은 모두 말씀을 ‘들었기 때문에’ 전할 수 있었습니다. 이사야는 외쳤습니다. “들어라, 너희가 살리라.” 요한복음은 선포합니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들을 귀 있는 자는 알아들어라.”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나자렛의 성가정은 바로 이 ‘듣는 신앙’ 위에 세워졌습니다. 마리아는 천사의 말을 듣고 “말씀대로 이루어지소서.”라고 고백했습니다. 요셉은 파혼하려 했지만, 천사의 말을 듣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요르단강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다.”라는 음성을 들으셨고, 겟세마니에서 “아버지 뜻대로 하십시오.”라고 순명하셨습니다. 성가정은 거창한 기적이 아니라 듣는 마음, 순명하는 마음, 서로의 삶을 받아들이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예전에 읽었던 글을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가 가정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비가 오는데 키가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이 우산 하나로 비를 피해야 한다고 합시다. 키 큰 사람에게 맞추면 작은 사람은 젖고, 작은 사람에게 맞추면 큰 사람이 젖습니다. 서로 탓하기 시작하면 둘 다 불행해지고 목적지에도 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키 큰 사람이 작은 사람을 업고, 작은 사람이 우산을 든다면 둘 다 비를 피하며 갈 길을 갈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 나눔, 배려의 경험이 생기게 됩니다.” 가정은 바로 이런 곳입니다. 누구는 업어야 하고, 누구는 우산을 들어야 하고, 누구는 기다리고, 누구는 양보해야 하는 곳입니다. 그렇게 서로를 통해 성숙해 가는 곳이 바로 성가정입니다. 우리의 가정도 나자렛의 성가정처럼, 서로의 말을 들어주는 귀, 마음을 열어 주는 대화, 조용히 서로를 믿어 주는 신뢰, 그리고 “말씀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는 순명의 고백 위에 세워져야 하겠습니다. “자비하신 하느님,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을 본받아 우리의 가정도 기도와 사랑과 대화의 집이 되게 하소서. 서로의 말을 들어주고,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서로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며 살아가는 작은 나자렛의 가정이 되게 하소서. 가정 안에서 피어나는 신뢰와 평화를 통하여 당신 나라의 기쁨을 미리 맛볼 수 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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