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8일 (수)
(자) 재의 수요일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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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의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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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6-02-17 ㅣ No.188031

콜롬비아 보고타엘 다녀왔습니다. 6월에 서울대교구 사제 모임이 보고타에서 있습니다. 최종 점검하러 다녀왔습니다. 사제 모임 때 점심 식사할 예정인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라파엘, 미카엘라, 안젤라 가정입니다. 천사의 세례명처럼 가족 모두가 방문했던 저희를 따뜻하게 환영했습니다. 샌디에고에서 온 부부, 달라스에서 온 부부, 뉴저지에서 온 청년, 사제 둘이 함께 미사를 했습니다. 언어가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르고, 문화가 달랐지만, 주님 안에 모두 하나 될 수 있었습니다. 한 부부는 결혼 34년 되는 기념일이었습니다. 한 부부는 결혼 40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라파엘 부부는 결혼 42년 되었다고 합니다. 식사하면서 어떻게 만났는지 이야기했습니다. 딸은 스페인어를 영어로 통역해 주었습니다. 영어를 잘하는 부부의 이야기를 딸은 스페인어로 통역해 주었습니다. 후배 신부님은 서품 17년이 되었고, 저는 35년이 되었습니다.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도, 사제로 사는 것도 모두 하느님께 영광이 될 수 있다면 감사할 일입니다.

 

오늘은 재의 수요일입니다. 교회는 오늘부터 사순시기를 시작합니다. 사순시기는 회개와 화해의 시간입니다. 자비하신 하느님께서는 비록 죄를 지었을지라도 우리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회개하면 용서하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제라도 너희는 단식하고 울고 슬퍼하면서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 주 너희 하느님에게 돌아오너라. 그는 너그럽고 자비로운 이, 분노에 더디고 자애가 큰 이 재앙을 내리다가도 후회하는 이다. 그가 다시 후회하여 그 뒤에 복을 남겨 줄지 주 너희 하느님에게 바칠 곡식 제물과 제주를 남겨 줄지 누가 아느냐?”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담이 죄를 지었어도, 카인이 죄를 지었어도 용서해 주셨습니다. 함께 하셨습니다. 구원받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죄가 크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가 회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너희 죄가 진홍같이 붉어도 눈처럼 희게 하신다.” 우리가 뉘우치기만 한다면, 하느님은 우리를 용서해 주시는 분입니다. 사순시기는 화해의 시간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여러분에게 빕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입니다. 지금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 화해란 내가 잘못했다면 마음을 다해 용서를 청하는 것입니다. 화해란 나에게 잘못한 이를 기쁜 마음으로 용서하는 것입니다. 자캐오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주님 제 재산의 절반을 가난한 이를 위해서 나누어 주겠습니다. 제가 빚진 것이 있다면 네 곱절로 갚아 주겠습니다.” 자캐오는 잘못한 것을 뉘우쳤고, 용서를 청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자캐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이 집은 구원 받았다.”

 

잠시 후 우리는 이마에 재를 얹을 것입니다. 재는 불을 지나고 남은 것입니다. 한때는 푸르던 성지였고 생명이 있었지만, 불을 지나며 재가 되었습니다. 재는 우리에게 인간의 유한함을 일깨워 줍니다.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기억하여라.” 이 말은 절망의 선언이 아니라, 진실의 고백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순간입니다. 그러나 재는 끝이 아닙니다. 재는 땅에 스며들어 다시 생명을 준비합니다. 농부는 재를 거름으로 씁니다. 불을 지나온 재가 오히려 땅을 살찌우듯이, 우리의 실패와 상처, 죄와 눈물도 하느님 손에 맡겨질 때 새로운 생명의 거름이 됩니다. 사순시기는 바로 이 믿음을 새롭게 하는 시간입니다. 나는 먼지이지만, 하느님 안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존재임을 믿는 시간입니다.

 

사순시기 40일 동안 우리는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합니다. 그 안에서 예수님께 상처를 준 사람들도 보게 됩니다.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진리를 외면한 이들, 두려움 때문에 도망친 제자들, 조롱하고 침 뱉던 군중들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예수님께 위로드린 사람들도 있습니다. 십자가의 길을 함께한 여인들, 십자가를 대신 진 키레네 사람 시몬, 주님의 얼굴을 닦아드린 베로니카, 모든 슬픔을 가슴에 안고서 계셨던 성모님, 예수님의 장례를 정성껏 치러드린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입니다. 2026년 사순시기를 시작하며, 우리는 어떤 사람으로 이 40일을 살아갈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예수님을 아프게 한 사람이 아니라, 예수님께 위로드린 사람으로 살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겸손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절제의 삶으로 단식하며, 이웃을 향해 자선을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하느님의 은총을 헛되이 받는 일이 없도록이번 사순시기를 은총의 시간으로 살아가길 바랍니다.

 

우리는 하느님과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서 권고합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헛되이 받는 일이 없게 하십시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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