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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용 신부님_말씀이 성체와 흡수되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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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wsjesus] 쪽지 캡슐

09:00 ㅣ No.189331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른다.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 (요한 10,27.30) 찬미 예수님! 부활 제4주간 화요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유다인들은 예수님을 에워싸고 "당신이 메시아라면 분명히 말해 주시오"라며 지적 확인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들에게 지루한 신학적 증명을 늘어놓는 대신, 당신의 양들은 당신의 '목소리'를 알아듣는다는 관계의 신비를 말씀하십니다. 왜 양들은 신학적 논리가 아니라 목소리에 반응할까요? 그것은 그 목소리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그들의 생존을 결정짓는 '유전자적 각인'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에너지와 말씀이 결합할 때 일어나는 이 지울 수 없는 각인의 신비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우리는 흔히 교육을 통해 정보를 습득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순한 정보는 금방 잊힙니다. 뇌과학에 따르면, 정보가 뇌세포 사이의 시냅스에 영구적으로 고착화되려면 반드시 ATP라는 에너지와 새로운 단백질이 합성되어야 합니다. 즉, '먹는 행위(에너지)'가 '듣는 행위(정보)'와 동시에 일어날 때 그 정보는 존재의 일부가 됩니다. 동물 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의 『솔로몬의 반지』에 나오는 회색기러기들의 각인 현상이 바로 이것을 증명합니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 기러기에게 처음 들리는 소리는 단순한 소음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의 생명을 보존해 줄 '유일한 에너지원'의 신호입니다. 새끼 기러기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자신의 모든 생존 시스템을 그 주파수에 고정합니다. 이것이 바로 각인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아무리 옳은 '말씀'이라도 그 말에 '피(희생)'가 섞이지 않으면 인간에게 그것은 단지 지루한 '잔소리'로 들릴 뿐이라는 사실을 보아야 합니다. 의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 중 하나였던 '손 씻기'가 한때는 수만 명을 죽인 '미친놈의 잔소리' 취급을 받았던 사건입니다. 1840년대 오스트리아 빈 병원의 의사였던 이냐츠 제멜바이스(Ignaz Semmelweis)는 산모들이 산욕열로 죽어가는 원인이 의사들의 더러운 손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동료 의사들에게 "환자를 보기 전 반드시 손을 씻으십시오!"라고 외쳤습니다. 이것은 수만 명의 생명을 살릴 '진리의 말씀'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오만한 의사들에게 제멜바이스의 외침은 그저 "우리가 더럽다고 비난하는 기분 나쁜 잔소리"일 뿐이었습니다. 제멜바이스는 말(정보)만 했지, 그 말을 증명할 에너지를 주지 못했습니다. 의사들은 그의 말을 비웃으며 계속해서 씻지 않은 손으로 산모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결국 제멜바이스는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되었고, 거기서 간수들에게 매를 맞다 상처가 덧나 '패혈증'으로 죽었습니다. 놀라운 반전은 그의 죽음 이후에 일어났습니다. 그가 죽자 사람들은 그가 그토록 외쳤던 '손 씻기'라는 말씀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미친 게 아니라 진짜 진리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사실을 깨닫자, 그 말씀은 비로소 의학계의 지울 수 없는 '법칙'으로 각인되었습니다. 그가 살아 있을 때 뿌린 수만 장의 전단지는 쓰레기였으나, 그의 죽음이라는 피가 섞였을 때 그 말씀은 인류를 구원하는 생명이 되었습니다. 피를 흘리지 않는 목자의 말은 잔소리가 되지만, 피를 쏟은 목자의 말은 영혼의 유전자가 됩니다. (출처: 셔윈 뉼랜드, 『의학의 역사』) 현상학적으로 볼 때, 인간이 세상에서 가장 먼저 경험하는 '하나 됨'은 어머니의 자궁 안에서 일어납니다. 태아는 어머니의 양수라는 액체를 통해 어머니의 심장 박동과 목소리를 듣습니다. 이때 목소리는 공기를 타고 전달되는 가벼운 소리가 아닙니다. 양수라는 육체적 에너지를 통해 태아의 온몸을 때리는 강력한 '물리적 진동'입니다. 어머니의 목소리(정보)가 양수의 파동(에너지)과 결합하여 태아의 뼈와 근육에 새겨질 때, 태아는 비로소 '인간의 시스템'으로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수만 명의 목소리 중에서도 어머니의 음성을 단 1초 만에 식별해 냅니다. 그 음성은 뇌가 아니라 세포에 새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라고 하신 것은 바로 이 태내의 신비와 같습니다. 우리가 성체성사를 통해 주님의 피라는 거룩한 양수 안으로 침잠할 때, 그분의 말씀은 우리 영혼의 시냅스를 재구성합니다.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에서 듣는 말씀은 지루한 신학이 되지만, 주님의 살과 피를 먹으며 듣는 말씀은 우리 존재를 하느님으로 변형시키는 '최초의 울림'이 됩니다. 최근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가수 서인영 씨의 고백은 이 원리를 아주 절절하게 보여줍니다. 그녀는 과거 욕설 논란과 이혼이라는 풍파를 겪으며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할 만큼 깊은 어둠 속에 있었습니다. 그 고통스러운 시기에 설상가상으로 어머니마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도저히 일어설 수 없는 절망 속에서 그녀는 꿈에 나타난 어머니를 만납니다. 어머니는 딸에게 이렇게 외쳤습니다. "야, 내가 너 대신 죽은 거야!" 서인영 씨는 이 한마디를 "내가 너를 대신해 죽었으니까, 너는 이제 정말 잘 살아야 해!"라는 목소리로 알아들었습니다. 이전까지 "잘 살아라"라는 말은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평범한 도덕적 잔소리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말이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처절한 희생의 에너지와 결합하여 전달되었을 때, 그것은 서인영 씨의 영혼에 지워지지 않는 '인생의 운영체제'로 각인되었습니다. 우리가 성체를 모셔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사랑하라"는 정보만 주지 않으셨습니다. 십자가에서 피를 쏟으시며 "내가 너를 위해 죽었다"는 생명 에너지를 먼저 주셨습니다. 그분의 살과 피를 먹으며 듣는 "사랑하라"는 말씀은 이제 뇌가 아니라 세포에 새겨집니다. 어머니의 죽음이 딸을 다시 살게 하는 법이 되었듯, 그리스도의 성체는 그분의 말씀을 우리 인생의 유전자로 각인시키는 유일한 활성 코드입니다. 피를 마시지 않은 자는 그 목소리를 잊어버리지만, 피를 수혈받은 자는 그 목소리를 자기 본성으로 삼게 됩니다. 영화 'A.I. Artificial Intelligence' (2001)에는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나옵니다. 로봇 소년 데이비드가 인간 어머니를 진짜 어머니로 사랑하게 되는 '각인 절차'입니다. 어머니가 데이비드의 목 뒷부분을 만지며(에너지 접촉), 일곱 개의 특정 단어(정보)를 말해줄 때 데이비드의 전자 회로는 영구적으로 재프로그래밍됩니다. 이 절차가 끝나면 데이비드는 오직 그 어머니만을 향한 일편단심의 존재가 됩니다. 에너지가 수반된 말씀이 기계의 논리를 생명의 논리로 바꾼 것입니다. 우리가 성체를 먹고 마시며 주님의 말씀을 듣는 행위가 바로 이 각인 절차입니다. 왜 신앙이 지루하게 느껴질까요? 에너지가 빠진 정보만을 취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성체성사 없는 말씀 공부는 머리만 키울 뿐 영혼을 각인시키지 못합니다. 반대로 말씀 없는 성체성사는 맹목적인 에너지가 될 위험이 있습니다. 첫 제자들이 세례자 요한의 목소리를 통해 하느님 말씀이 각인되어 예수님을 보고 바로 알아볼 수 있었던 것처럼, 그리고 그 목소리가 “하느님의 어린양” 곧 우리를 위해 죽으신 분이기에 그분의 제자가 될 수 있었다는 점을 깊이 묵상해야 합니다.  

주님은 오늘 우리에게 당신의 살과 피라는 무한한 에너지를 내어주십니다. 그리고 그 에너지의 파동에 실어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라는 거대한 정체성의 말씀을 우리 영혼에 쏘아 보내십니다. 이 미사 중에 성체를 모시고 주님의 세미한 음성을 들으십시오. 그리스도의 날 위한 수난을 묵상하십시오. 그 뜨거운 가슴이 없다면 말씀은 각인되지 못합니다. 각인되지 못하면 목자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기에 하늘로 오를 수 없습니다. 그분만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시기 때문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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