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6일 (수)
(백) 부활 제5주간 수요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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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5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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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6-05-05 ㅣ No.189445

동상이몽(同床異夢)’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꿈을 꾸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적과의 동침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겉으로는 함께 있지만, 마음과 방향은 전혀 다른 상태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길, 겸손과 희생의 길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여전히 영광과 자리, 명예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동상이몽이었습니다. 율법 학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의 정신, 곧 사랑과 생명을 말씀하셨지만, 율법학자들은 규정과 형식에 머물렀습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인데, 사람을 안식일의 틀 안에 가두었습니다. 결국 하느님의 이름으로 하느님의 아들을 십자가에 못 박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신앙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가장 큰 동상이몽입니다.

 

이 모습은 2천 년 전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오늘 우리의 공동체 안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특별히 교포 사목의 현실 속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한국에서 사목하다가 미국으로 오게 되면,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다르게 느껴집니다. 신앙은 같지만, 표현이 다르고 공동체의 분위기도 다르고, 기대하는 것도 다릅니다. 한국에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던 것들이 이곳에서는 부담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이곳의 방식이 한국에서 온 사제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분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했는데 왜 여기서는 다르게 하십니까?” 또 어떤 분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여기는 미국입니다. 미국 방식으로 해야 합니다.” 두 분의 말씀은 모두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서로 다른 기대와 기준이 있습니다. 바로 동상이몽입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공동체는 조금씩 지치게 됩니다. 작은 오해가 쌓이고, 서운함이 생기고, 때로는 말하지 못하는 거리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마치 같은 기차선로 위에서 서로 마주 보고 달리는 두 기차와 같습니다. 방향이 다르면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동상동몽(同床同夢)’의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 같은 꿈을 꾸는 공동체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를 바라보는 것을 넘어서,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서로를 마주 보면 부족함이 보입니다. 고쳐야 할 것이 보입니다. 그러나 같은 곳을 바라보면 목적이 보이고, 희망이 보입니다. 우리의 시선이 서로에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 향할 때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길을 몸소 보여 주셨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시지만 사람이 되어 오셨고, 사람의 언어로 말씀하시며,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상대를 이해하고, 함께하기 위해 낮아지셨습니다. 이것이 동상동몽의 시작입니다.

 

초대교회도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음식 나눔의 문제로 불평이 생겼을 때, 사도들은 그것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봉사자 일곱을 세워 역할을 나누었습니다. 각자의 은사에 따라 공동체를 섬기도록 했습니다. 또한 할례의 문제로 큰 논쟁이 있었을 때, 사도들과 원로들은 함께 모여 기도하고 토론하며 식별했습니다. 그리고 이방인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상황에 맞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렇게 동상이몽동상동몽으로 바꾸어 갔습니다. 저도 사목을 하면서 한 가지를 늘 마음에 새기려고 합니다. 바로 만남, 경청, 식별입니다. 먼저 만나야 합니다.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그리고 들어야 합니다. 내 생각을 말하기 전에,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기도 안에서 식별해야 합니다. 이것이 교회가 걸어온 길이고,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길입니다.

 

아무리 좋은 가전제품도 전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습니다. 기능이 아무리 좋아도, 디자인이 아무리 훌륭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전원이 연결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예수님과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열매를 맺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오늘 예수님께서는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으면 열매를 맺습니다. 그러나 떨어지면 말라 버립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디에 붙어 있는가입니다. 우리가 예수님과 함께 있다면, 우리가 있는 곳이 미국이든, 한국이든, 어디든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같은 꿈을 꾸게 됩니다. 그러나 예수님과 떨어지면, 같은 공동체 안에서도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됩니다. 결국 동상이몽이 됩니다.

 

우리 공동체가 바라보아야 할 곳은 분명합니다. 바로 포도나무인 예수님입니다. 우리가 그분 안에 머물 때, 우리는 하나가 됩니다. 같은 꿈을 꾸게 됩니다우리 교포 공동체가 동상이몽을 넘어 동상동몽의 공동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서로를 바라보는 공동체가 아니라, 예수님을 함께 바라보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때 우리는 많은 열매를 맺게 될 것이고,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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