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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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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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1-03-24 ㅣ No.145515

여러분에게 어머니는 어떤 분이신지요? 작년에 어머니는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이제 어머니는 사진과 기억 속에서만 만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강한 어머니였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셨던 아버지를 대신해서 어머니는 연탄배달, 쌀 배달을 하셨습니다. 6년 동안 밥장사를 하였습니다. 집에서 밥과 반찬을 만들어서 구청까지 들고 갔습니다. 형들과 저도 함께 했습니다. 어머니의 젊은 날의 고생은 나중에 잦은 병치레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사를 가도 어머니는 모든 짐을 혼자서 옮겼습니다. 어머니 혼자의 힘으로 오랜 전세살이를 마치고 우리 집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바깥일을 하시는 분이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의 자리와 권위를 늘 지켜주셨습니다.

 

충실한 신앙인이었습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밥을 주지 않았습니다. 학교는 가지 않아도 야단치지 않았지만, 성당엘 가지 않으면 야단을 치셨습니다. 어머니의 강함은 신앙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어려움을 견딜 수 있었던 것도 신앙 때문이었습니다. 성당에서 반장으로 봉사하였고, 돌아가시기 전에도 레지오 단원으로 활동하였습니다. 수도자와 성직자의 어머니이기에 더욱 기도하였고, 겸손하였습니다. 돌아가신 어르신들을 위한 연도를 꼭 기억하였고, 제게도 미사를 봉헌하도록 부탁하였습니다. 제가 작은 본당의 신부로 있을 때는 3년 동안 밥을 해주셨습니다. 방문 교리도 하였고, 환자 방문도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대녀들의 신앙을 챙겨주었습니다. 부족한 제가 사제생활을 기쁘게 할 수 있는 것도 어머니 기도의 힘입니다.

 

꿈이 있던 여인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배움의 기회를 잃었습니다. 어머니의 꿈은 많이 배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많이 배웠던 아버지를 만나서 가정을 이루었습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아버지를 보지 않았고, 신앙의 기준으로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강직하고, 지혜로운 아버지를 평생 존경하고 사랑하였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신앙 안에서 두 분은 하느님께 의지하면서 하느님의 뜻을 따라서 살았습니다. 수도자와 성직자의 부모가 되신 것을 감사하였고, 기뻐하였습니다. 꿈이 있었기에 어머니는 고통 중에도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꿈이 있었기에 어머니는 가난함에도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꿈이 있었기에 이 세상에서의 소풍을 잘 마치고 하느님의 품으로 기쁘게 가셨습니다.

 

오늘은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입니다. 천사 가브리엘이 나자렛의 마리아에게 예수님의 잉태를 예고했고, 마리아는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고 응답한 것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교회는 마리아에게 특별한 공경과 사랑을 드리고 있습니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교회는 마리아를 천주의 모친으로 공경합니다. 마리아는 인간 예수의 어머니이면서 삼위일체이신 그리스도의 어머니라고 신앙으로 고백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칭호는 마리아에 대한 지극한 공경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어머니에게 요한 사도를 아들로 부탁했습니다. 교회는 사도로부터 이어지기에 마리아는 교회의 어머니가 되십니다. 사도로부터 이어온 교회는 마리아를 교회의 어머니로 공경하고 있습니다.

 

마리아를 복되신 동정녀로 공경합니다. 마리아의 잉태는 성령으로 인한 잉태였기에 마리아는 동정녀라고 교회의 전승은 이야기합니다. 이사야 예언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마리아의 몸에서 임마누엘주님이 태어나셨습니다. 하와의 불순종으로 죄가 들어왔고, 죄의 결과는 죽음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의 순종으로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셨고, 예수님께서는 죄, 죽음, 악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하는 구원자가 되셨습니다. 동정녀는 생물학적인 의미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독신으로 사는 것은 동정녀가 아닙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하느님께 의지하면서 동정을 지키는 사람을 동정녀라고 하였습니다.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도록 정결하게 사는 이들이 동정녀입니다.

 

마리아는 강한 어머니이며 신앙의 여성입니다. 십자가의 길에서 예수님을 만났고, 마리아는 예수님 십자가를 함께 지셨습니다. 십자가에 내려진 예수님을 무덤에 묻기 전에 마리아는 가슴에 묻었습니다. 초대교회 사도들에게 마리아는 힘들 때는 위로가 되었습니다. 두려울 때는 용기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잉태하고, 마리아는 친척인 엘리사벳을 찾아갔습니다. 인류의 구원을 위한 당찬 여인들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엘리사벳은 구세주의 어머니를 알아보았고, 태중의 아이까지 축복하였습니다. 마리아는 구름 속에 있는 고귀한 여성이 아니었습니다. 천상에서 우리를 위해 전구하는 어머니가 아니었습니다. 동정녀이기 전에, 천주의 모친이기 전에 마리아는 강한 어머니였고, 신앙의 여성이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마리아의 노래를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을 지내면서 마리아의 노래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이름은 거룩하고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칩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 종 이스라엘을 거두어 주셨으니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 자비가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영원히 미칠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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