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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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24173] 제가 존경하는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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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원 [kosopooh] 쪽지 캡슐

2001-09-09 ㅣ No.24179

박만우님의 글을 읽다보니 제가 존경하는 신부님인 것 같아서 기분이 씁쓸합니다.

신부님이 전에 계시던 본당에서도 그 전에 계시던 본당에서도 레지오가 없었습니다. 전 아직 청년 신자라서 성당 사목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신부님께서는 소공동체의 활성화를 많이 강조하십니다.

제가 타본당 분들께 감히 감놔라 대추놔라 할 수는 없지만 제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는 신자들이 자기가 속한 단체사람들끼리만 어울리고, 즉 레지오는 레지오끼리,  레지오 가운데서도 자신이 속한 그룹원끼리들만  어울리는 경향이 있어서 자기 주변에 있는 구역이나 반가족들에게 좀 더 신경쓰고, 아껴주고, 한 번 더 돌아보는 사랑을 실천하라는 취지에서 였을 겁니다.

님께서 결론부분에 박해에 가까운 방법으로 없애려 하신다는 표현을 쓰셨는데 글의 취지와는 좀 다르지만 제가 알고 있는 신부님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미사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 쯤에 성당에 나가면 항상 무릎을 꿇고 정성스레 기도하고 계시는 모습에 많은 신자분들이 감동을 받았습니다. 얼마나 정성스레 기도를 하시는지 바라보는 사람마저도 은총을 입은 기분입니다. 어르신들께서는 어렸을적 공소에 나가면 기도를 하고 계시던 신부님 같다며 아주 좋아하십니다. 한 번 느껴보시죠.

말소리도 좀 작으시고, 좀 직설적인 표현을 하시지요. YES 아니면 NO. 그래서 신자들 가운데서는  굉장히 무뚝뚝 하신 분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신부님과 딱 한 번만 개인적으로 만나보세요. 얼마나 다정하시고  따뜻한 분이신지 느끼게 될 겁니다.

제가 개인적인 볼일이 있어서 지난 겨울 사제관을 찾았습니다. 사제관에 들어선 순간 한기가 확 느껴지더군요. 나이드신 신부님께서 영하의 추운 날씨에 파카를 입고 사제관에 계신 모습에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요즘은 추운 겨울에도 집안에서는 반팔에 반바지 입고도 사는데 그 좁은 사제관 안에서 "발시렵다, 슬리퍼 신고 들어와라" 하시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돌더군요. 신부님이라고 춥지 않을까요? 저희 성당 성전 건립을 염두해 두시고 조금이라도 더 절약하시고 후임 신부님께 넘겨주시고자...   

요즘 신부님들의 청빈생활에 대해서 많이들 논하시는데 몇 가지를 더 말씀드리죠.        

신부님께서 임지를 옮기실 때 신자들이 성의 표시로 답례를 하지요. 저희 본당에서 계시던 보좌 신부님이 옮겨가실 때 신부가 무슨 돈이 필요하냐면서 신자들에게는 돈 걷지 말라고 하시면서 신부님께서 손수 보좌 신부님께 답례를 하셨답니다. 그리고 당신께서 임지를 옮기실 때는 신자들이 답례를 해도 안받으실텐데 걷지 말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래도 답례를 해야 한다며 돈을 걷어서 드렸습니다. 신부님께서 임지를 옮기신 그 다음주 주보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감사헌금란에 ***이름, ***단체 등등해서 신부님께 드렸던 돈 모두가 감사헌금이 되어 있더군요.

요즘은 신부님들의 승용차 소유도 보편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저희 본당에 계실 때도 신자들이 신부님께 승용차를 선물하려 했으나 신부님께서 두 다리 멀쩡해서 걸어다닐 수 있는데 무슨 차가 필요하냐며 몇 번이나 거절하셔서 사드리지 못했습니다. 신부님께서 신자들의 승용차에 타시면 운전하는 신자들이 굉장히 긴장하신답니다. 행여 조금이라도 교통위반을 하려고 하면 어느새 뒷자석에서 ’정지선 지키십시요, 죄회전 깜박이 켜십시요’하시며 이런 사소한 일도 하늘에서 지켜보신다고 말씀하십니다. 흔히들 사소한 것이라고 여기는 원리, 원칙이라도 꼭 지키는 분이시죠.  

이건 많은 분들이 모르시는데  신부님께서 등산을 하시다가 굴러서 다치신 적이 한 번 있었습니다. 구르는 순간 신부님께서 이게 죽는 거구나하고 느끼셨답니다. 병원에 다녀오시고도 한참 동안을 성당에 안나오셔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병원에 가보니 너무나 가슴 아픈 일들이 많아서 이대로 퇴원을 할 수가 없어서 신장을 기증하고 오셔서 한동안 병원에 계셨던 거 였답니다. 정말 아무도 모르게 사랑을 실천하시는 분이지요.

주임 신부로 계시다가 부주임 신부로 임지를 옮길 때에도 말이 좀 많았지요. 나름대로들의 판단을 하며... 신부님께서는 행정적인 부담에서 벗어나 사제 본래의 모습을  좀 더 확고히 하시고, 후배 신부님들께 길을 열어주시고자 낮은 자리로 가셨지요. 몇년 전부터 주교님께 간청드렸던 건데 이제야 들어주셨다며 더욱 충실한 주님의 종이 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교구나 성당에서 하는 교육이나 어떠한 모임에 한번 나가서  신부님 이름만 되면 신부님들이건, 수녀님들이건 정말 훌륭하신 분이라고 많이 말씀하십니다. 제가 알기론 신부님들 사이에서 가장 존경받는 신부님 중 한 분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신부님께서 피정이라도 가시면 아들 신부님들께서 서로 오시겠다고 아웅다웅 하신답니다. 보좌 신부님 시집살이 안시키는 분으로도 유명하시죠.

저희 본당을 떠날 때에도 많은 분들이 우셨습니다. 수녀님께서도 성인 신부님 한 분 보내셨다고 많이 아쉬워 하셨죠.

신부님의 의도를 한번만 더 생각해보시고, 한 번 더 대화를 나누셔서 좋은 해결책을 간구하셨음 하는 바램입니다. 그리고 단편적인 부분만 보지말고 신부님의 진면목을 한 번 느껴보세요.

정말 훌륭한 사제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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