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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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당~♡ 그 곳을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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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정 [NATALIA99] 쪽지 캡슐

2002-04-06 ㅣ No.31785

 

   † 그리스도의 향기   

 

 

  비 오는 토요일입니다.

 

 

  봄비에 푸른 듯 초록의 잎들은 그 빛을 한층 더 곱게 내고

 

  짙은 흐림의 날씨이지만 이 비 그친 뒤 펼쳐질 꽃들의 잔치가

 

  그다지도 화려할 것을 알기에 묘한 설레임이 오늘과 함께 합니다.

 

 

  어제 식목일  잘들 지내셨습니까?

 

 

  저는 시댁 어른들과 불암산으로 성묘 다녀왔습니다.

 

  하루 전날-  미리 사둔 고운 소국을 들고 산에 오르는 길은

 

  무척도 가파랐지만 마음은 소풍 나간 어린아이 마냥 그랬습니다.  

 

  얼굴 한번 못뵌 조상분이었지만 돌보심을 바라는 마음에서일까요!

 

 

  흐트러진 머리카락은 바람에 그렇게 제 멋대로 날리는데

 

  산에 올라 진달래며 개나리를 보며 봄볕에 얼굴

 

  드러내 놓고나니 새삼 또 다시 생각나는건 예수님 마음!

 

 

  어느 곳 어느 시간에서나 불쑥- 나를 찾아주시는 그분의 느닷없는

 

  방문은 이렇듯 예고없이도 나를 충분히 행복하게 만듭니다.

 

 

  성당에서 늘 단정한 옷입고 기다려주시는 예수님이 아닌

 

  산에서 청바지 차림으로 만난 내 예수님은 봄볕에 한껏~

 

  멋을 낸 더욱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이셨습니다.

 

 

  그러면서 며칠 전 우리 학원을 찾으셨던 한 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는 내어준 지폐 한장 보다 "목 마르시죠!" 하고

 

  물으며 따라준 물 한잔에 더욱 고마워 하셨는데...

 

  그 분들이 바라는건 어쩜 동정어린 몇 푼이 아니라,

 

  더운 관심 담긴 사랑일 것이라는-

 

 

  성당을 다니다 보면 꼭 미사를 드리려 오시는 분들 말고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저 아래 유치원에서 점심 먹고 마실로 놀러 나온

 

  아직 볼에 젖살 통통한 어린이들은...

 

  성모님이 내려다 보이는 성당 앞 마당에서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거리며 서툰 뜀박질로 달리기를 하기도 하구요,

 

 

  한쪽 다리 절어 오시는 초로의 할아버지도,

 

  몇 푼 얻어가려는 남루한 차림의 모녀도,

 

  성당 벤치에 앉아 커피 한잔하며 시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두꺼운 안경을 쓴 고시원 학생들도,

 

  하루 일 하다 잠시 성당에 들러 휴식을 취하는 아저씨들도.

 

 

  그 사람들 모두가 깊이 고개 숙여 미사를 드리지 않더라도

 

  내 예수님께서는 당신 집으로...

 

  발길 돌린 사람들의 맘이 또 그저 기특하기만 하셔

 

  한자락 바람도 주시고,  한 길 볕도 주시고,

 

  달고 단 물도 철철~ 차고 넘치게 받아 한 바가지 주시며,

 

  배고픈 이들에겐 또 슬쩍 동전 몇닢도 쥐어주십니다.

 

 

  식목일날- 조상님 묘에 떼를 입히시느라 땀 뻘~ ㆀ 흘리시는

 

  시아버님 옆에서  철없을 며느리는 털썩 자리에 주저앉아

 

  작은 막대기로 흙을 파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아마는

 

  나무 대신 예수님 사랑 한 그루 심고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나무 쑤욱~ 자라  열매 맺거든 탐진 것 하나 따-

 

  그것 가장 필요한 이들에게 꼭 나누어 주겠습니다.

 

  예수님 당신이 주시는 넘쳐나는 사랑 잘 받아두었다가

 

  꼭 다른 이에게 듬뿍 퍼 주겠습니다.

 

 

 그래 더 커질 당신 사랑 꼭- 다시 챙겨두는 욕심쟁이 되겠습니다.

 

                              -  아 멘  -  

 

 

              -  2002년  4월  6일  한식날에  -

 

   ...  불암산 산자락에서 많은 생각을-  나탈리아 올림.

 

 

 P.S: "어제 봄볕은 어쩜 예수님의 사랑을 닮아 그다지도 따뜻했고,

 

       사람의 마음을 새순처럼 쑥- 키워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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