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자유게시판

[RE:35960] 이런 사제만 있었으면..

스크랩 인쇄

정재형 [everycan] 쪽지 캡슐

2002-07-10 ㅣ No.35991

가끔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사제의 모습을 보곤 합니다.

제가 아는 30대 보좌신부님 중에는

갤로퍼를 몰고 다니는 신부님도 있고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의 호화스런 할리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신부님도 있습니다. (오토바이 한대가 어지간한 승용차 값이랩니다.)

 

능력이 되면 못 할 게 뭐 있냐는 이야기..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당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장하다고 할 일은 아니지만.

 

그리고 제 후배에게 들은 이야기 하나.

어느날 급한 일로 본당 보좌 신부님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냈댑니다.

그랬더니 답메시지가 왔댑니다.

후배가 그 메시지를 받고 갑자기 호기심이 동해서 또 문자를 보냈댑니다. "신부님. 지금 뭐 하세요?"

그랬더니 이 보좌신부님의 답문자 왈. "지금 고해성사 주는 중이다."

그러니까 신자는 밖에서 중얼중얼 고해성사를 보고 있는데 그 신부님은 고해소 안에서 열심히 문자메시지를 날리고 있었던 겁니다.

그 이야기를 해주는 후배나 듣는 저나 종국엔 쓴웃음을 웃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신자들의 고해를 들을 건 다 들었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근데 이런 모습이 전부가 아닙니다.

제가 아는 신부님 중엔 서품받으신지 10년 가까이 되셨는데.

홀홀단신 먼 이국 땅으로 가셔서 살인적인 더위와 싸우며 빈민과 부랑자들의 임종 후 염을 하시며 봉사하는 신부님도 계십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이렇게 못 살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제도 인간이다.

신자인 우리가 사제의 허물을 감싸야지 누가 감싸겠냐.

그래도 못 사는 사제가 잘 사는 신자보다 낫다.

참 많은 말들이 나옵니다.

아마 10명의 사제가 있다면 그 10명의 모습, 언행, 삶이 모두 각각일 겁니다.

 

그러니 더 말하면 뭐합니까.

훌륭한 사제들의 모습만 기억하는 것이 속이 편한 걸.

 



717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