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백) 부활 제7주간 수요일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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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합니다~ 아버님 전상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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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정 [NATALIA99] 쪽지 캡슐

2003-05-23 ㅣ No.52517

 

 †  그리스도의  향기  

 

 

 오월의 하순으로 가는 요즘

 

 이젠 봄도 익어 초록의 짙어진 녹음에서 다시 올 여름을 만나보게 됩니다.

 

 

 게시판 가족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건강함의 안부 여쭤보며 평안함의 인사 전해드립니다.

 

 

 to.

 

 

 띤따~~~  띤따라~~~♬  이 배경 음악의 노래는

 

 제가 노래방에서 잘 부르는 ’너무합니다.’입니다.

 

 한껏 목소리 꺽어,  콧소리 섞어 부르면  제 남편 어깨를 들썩거리며 또,

 

 그 같은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조오타~~~" 추임새를 넣어주곤 한답니다.

 

 

 왜 갑자기 노래 얘기냐구요?  이런 흥겨운 때문만은 아니에요.

 

 

 며칠 전 뵌 친정 아버지의 부쩍 안 좋아진 건강 때문에.

 

 빵모자 테두리에서 삐죽삐죽 나온 머리카락에

 

 아버지는 당신 머리 이발 해 달라 하셨고.    

 

 

 어렸을 땐 그렇게 넓어 보이던 아버지의 커다란 등이었는데...

 

 나는 굽어진 아버지의 가는 등을 몇 번씩이나 고쳐 세워가며

 

 " 아버지 이렇게요... 이렇게 하세요.  움직이지 마시구요."

 

 만질 때마다 느껴지는 너무 야위신 아버지의 몸이

 

 몹시도 딸의 맘을 속상하게 만들더군요.

 

 

 다리 위에 올라가 맘껏 밟아 드려면 "아, 시원하다"하셨던

 

 그 종아리도 너무 얇아지셨고...    퀭한 눈에  무심히

 

 거실 한켠에서 신문을 보시거니, 우두커니 밖을 내다보시는 것이

 

 이젠 아버지의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지난 시절 늘 당당하고 씩씩하셨던 아버지의 모습이

 

 그 위에 겹쳐지면 지나간 시간들이 정말 너무하게 생각됩니다.

 

 

 뭘 먼저 해드려야하나...  괜시리 맘만 바빠지고,

 

 늦은 시간 전화가 울려댈 때면 쓸 때 없는 생각이 앞서들기도 하고.

 

 

 아버지~ 그 힘있었던 이름.  뭐든  다 잘하셨던 아버지란 그말.

 

 

 아버지 이젠 제가 어린시절 당신이 되어주셨던 커다란 山이 되어드릴께요.

 

 딸 낳아 키우신 보람 한번 느껴보시고 오래오래 사세요.

 

 건강하게요.          

 

 

 

 † 부활 6주일 복음말씀: 요한 복음. 15장 9절 -17절』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해 왔다.

 

 그러니 너희는 언제나 내 사랑 안에 머물러 있어라.

 

 내가 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 사랑 안에 머물러 있듯이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물러 있게 될 것이다."

 

 "내가 이 말을 한 것은 내 기쁨을 같이 나누어 너희 마음에 기쁨이

 

  넘치게 하려는 것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내가 명하는 것을 지키면 너희는 나의 벗이 된다.

 

 이제 나는 너희를 종이라고 부르지 않고 벗이라고 부르겠다.

 

 종은 주인이 하는 일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내 아버지에게서 들은 것을 모두 다 알려 주었다.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택하여 내세운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세상에 나가 언제까지나 썩지 않을 열매를 맺어라.

 

 그러면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내 이름으로 구하는 것을 다 들어 주실 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이것이 너희에게 주는 나의 계명이다."

 

 

 to.

 

 어렸을 땐 옆집 남학생과 지나칠 때 떨리는 맘이 사랑인줄 알았습니다.

 

 나에게 온갖 선물해주어야 그게 사랑하는거라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저 받고, 챙겨주고, 관심 가져주어야지만 사랑이라 생각했습니다.

 

 

 지나는 세월에 늙어가시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싸한 안타까운 맘이 드는게

 

 그래...  그런 아버지께 더 잘해드려야지 이렇게 드는 마음씀이

 

 정말 더 깊은 사랑임을...  이제야 깨달아 갑니다.

 

 

 화려한 계절 오월 한달동안 전해졌던  성모님의 사랑

 

 이제야 내게 조금은 철든 딸의 모습으로 스며드나 봅니다.

 

 

 게시판 가족 여러분...  사랑하는 가족들과 좋은 시간들 보내시구요

 

 다음 주에 다시 만나요.   갓든 여름의 시작일 유월에요.  

 

 

       -  2003년  5월 23일  금요일 아침에  -

 

    ... 그 아버지의 영원한 이발사 나탈리아  올림.

 

 

 P.S: "결혼 전 저는 꼭 아버지와 교중미사 드렸습니다.

 

       그분 옆에서 함께 기도도 드리고, 성가도 부르곤 했습니다.

 

       미리 성가를 찾아 챙겨주시던 아버지의 사랑이 새삼 생각나

 

       이 아침 푸근한 맘이 밀려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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