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자유게시판

펌)전직 간호사의 고언(성모노조)

스크랩 인쇄

안철규 [mindule] 쪽지 캡슐

2002-10-24 ㅣ No.41369

전직 간호사의 고언 (오마이에서 펌)  조회 : 370  

 * 작성자 :독자 2002-10-21 [10:17]

 

 

 

 

 

 

전직간호사, 2002/10/21 오전 9:50:44

 

사실 3교대 근무가 힘들어요.

해본 사람은 다 알죠.

임상에서 큰소리 한번 못내고 일했던 입장에서 보면 지금 저러고 있는 후배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커요.

다 못난 선배들때문인것 같아요.

저는 지금 임상을 떠나서 다른일을 하려고 공부중이예요. 막상 뜻대로는 안되지만 이것도 어렵네요..

하지만 임상을 떠난 이유는 힘들어서는 아니었어요.

내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죠.

3교대씩이나 하면서 내가 하는일이 뭔가 생각해 보면 글쎄요...

노동의 강도가 센것도 아니었고, 전문성을 요하는 업무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것도 아니었고...

간호사가 비록 그 명칭은 스승 사..로 바뀌었지만요..

정말 보람이 없었거든요.

근무환경을 좋게 바꾸려는 의지는 충분히 이해해요.

하지만 아무리 주장이 옳아도 방법이 잘못되었거나 일관성을 가지지 못하면 진실은 가려지는 법이예요.

지금 후배들이 이렇게 손가락질 당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 봤어요.

저 아래 어떤분이 말씀한것처럼 우리의 주장을 하는데 있어서 큰 실수가 있었던것 같아요.

의료원에서 직원들이 제시한 근무환경 개선안에 대해 전혀 아무것도 개선하지 않겠다고 한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의료원하고 해결을 봤어야 해요.

그리고 비난을 하려면 그 의료원장을 향해 했어야는데 다 싸잡아 신부가 어쩌고, 수녀가 어쩌고 하니까 가뜩이나 신부와 수녀등 성직자에 대해서 경외심이 깊은 천주교 신자들이 거부감을 가지는건 당연한것 같아요.

또 그런 거부감을 가지는 신자들한테 대고 카톨릭이 썩었다고 하고, 너희들 미사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하면 의료원의 상황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신자들이나 혹은 신자가 아니더라도 카톨릭에 대해 신뢰가 있는 일반인한테 지지를 얻기는 힘들다고 봐요.

노조 게시판에 가봤는데요 어떤 카톨릭 신자한테 자식이 사용자한테 핍박받기를 자기가 저주하겠다고 써놨더라고요..노조 게시판 너무 살벌해요...

카톨릭 전체를 상대로 하는게 아니라고 하면서 카톨릭 사람들한테 아주 심하게 구는건 이중적인거죠.

털어서 먼지 안나오는 사람 없죠.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병원에서 종교를 빌미로 희생을 강요하는거 저도 많이 봤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 종교 전체를 매도하면 안되죠.

카톨릭한테 할말이 있었다면 이렇게 큰소리로 떠들면 오히려 불리해 지는 거였어요.

특히나 신부나 수녀분들을 들먹이면서 하면 더 그렇죠.

아무리 잘못한 자식이라도 제대로된 부모라면 길거리에 내다놓고 때리고 혼내고 야단치는거 봤어요?

지금 명성에 있는 분들은 꼭 그렇게 하라고 떼쓰는거 같아요.

굶어죽을거니까 니 자식들 거리에 끌어내서 혼내 주던가 나 죽는꼴 보던가 하라고 하는것 같아요.

투쟁하는 분들은 나름대로 신념이 있겠죠.

성직자들이 종교적 신념으로 아집에 빠질때 그건 아무도 못말려요.

마찬가지로 노동운동을 하는 분들이 그 신념으로 아집에 빠질때 그것 역시 아무도 못말리죠.

지금 꼭 그런상황 같아요.

차이가 있다면 카톨릭은 고집을 부리되 여전히 신뢰성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이고, 노조는 신뢰성에 의심을 받는다는 거죠.

의료원하고 문제가 있는것 같은데 농성하는 이유는 민노총에서 현재 추진중인 일들이 우선적으로 드러나 보이고, 이사장을 만나러 가는 것이라면 병원노조 대표가 가면 될것을 민노총 간부가 거기서 왜 단식을 하고 ... 무엇보다도 2년전 한통노조가 명동성당에서 저지른 일 때문에 명동성당 뿐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곱지못한 시선을 받고 있는것쯤은 아실꺼예요.

오히려 주변 사람들은 신부나 수녀가 불쌍하다고 해요.

신부나 수녀니까 저러고 당한다고...

제 생각에는요... 카톨릭 사람들 말고 일반시민들에게 더 투쟁의 이유를 홍보하는 것이 중요한것 같아요.

무엇보다 그 명동일대 주민들한테요.

그들은 명동성당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니 명성은 그 사람들한테도 소중한 곳일테니까요.

아랫글에 보니까 교황 만나러 간다고 하네요.

교황은 카톨릭에서 제일 어른일텐데 거기가서 당신 자식들 패주라고 일르러 가나바요.

교황이 한국에 대해 기억하는건 민주화 운동때 카톨릭이 보여준 용기와 정의일텐데 거기가서 온갖말로 깍아내리겠죠.

비싼 비행기 삯 들여가면서 거기까지 갈만큼 이번 투쟁이 자신이 없나봐요.

해도해도 안되는 게 아니고, 명성에 자리 깔때부터 자신이 없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나처럼 시간적 여유가 없어 이번 투쟁의 과정을 의료원측하고 노조측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텐데, 그리고 아직은 우리사회는 노동운동보다는 카톨릭에 대해 신뢰를가진 보수적인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텐데...

그런 사람들이 이번 일을 놓고 ’간호사’들을 뭐라고 할지 안타깝네요.

그렇게 대충 아는 사람들이 민노총을 욕하겠어요?

거기서 단식하는 차수련씨가 성모병원 간호사인줄 알겠죠.

이번 일이 잘되서 병원으로 돌아가게 되더라도 이 깊은 골은 누가 메울까요?

민노총에서 와서요? 절대 그런일은 없겠죠.

결국은 또다른 갈등을 유발하게 될거예요.

그것 역시 불쌍한 성모 간호사들이 짊어져야겠죠.

투쟁을 하되 이렇게 극단적으로 달려서는 안된다는 뜻이예요.

돌아갈 자리가 있기 때문이죠.

안갈꺼면 모르는데, 돌아갈꺼잖아요.

남의 정의롭다고 해서 내가 불의한것이 아니듯이..마찬가지로 내가 정의롭다고 남은 다 불의한건 아니예요.

그리고 정의로운 것, 정당한 것은 ’나만 그러면’ 되는것도 아니죠.

내가 아무리 정의롭고 정당하다고 주장해도 사람들에게 그것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헛된 구호일뿐이죠.

가만 보면요 ’투쟁’ 잘하시는 분들중에 ’죄송’ ’미안’ ’사과’라는 단어를 사용하시는 분은 별로 못봤어요.

그걸 자기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으면서 남에게는 하라고 강요하는건 많이 봤죠.

지난 한통노조 농성때 명동성당은 물론이고 명동 상인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할 일이 참 많았음에도 입다물고 지나갔죠.

 

말이 너무 길어지네요.

 

못나고 꼴같잖은 선배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몇자 적어봅니다.

 

 

 

 



1,048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