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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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박은종사제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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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연 [theodora88] 쪽지 캡슐

2000-07-28 ㅣ No.12497

박은종신부님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모임, 홈페이지에서...

 

 

 

         

 

이 글은 함세웅신부님 강론집에서 퍼온 글 입니다

 

 

 

박은종(요한A) 사제의 죽음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 서울교구 박은종사제의 비보를 들었다.

 

지리산 중턱에서 자신의 삶을 마감했다는 것이다. 주소록에 실린 박신부의 신원내용을 찾아보았다.

 

60년 7월7일생, 91년 8월 23일 사제서품, 40세의 나이와 9년의 사제생활로 생을 끝낸 젊은이다.

 

40이란 숫자에 더욱 눈길이 모아진다. 참으로 곧은 사제였다.

 

외골수라는 평가도 있지만 무엇보다 철저한 삶을 살고자 했던

 

순수한 사제였다. 참으로 예수님과 같이 모든 면에서 투신적

 

자세를 견지하고자 했던 고뇌의 젊은이였다.

 

한때 자원하여 골롬반회 선교사로 남미까지 갔다가 호모 지도

 

사제를 만나 충격과 배신을 체험했고 교구에 돌아와서는

 

주교와의 불신의 대화에서 환멸을 느끼기도 했단다.

 

그리고 첫 본당사제로 부임한 삼각지성당에서는 철저한 삶을

 

살며 최선을 다했으나 주교의 친척이라는 교우의 모함과

 

수도자와의 이견, 그리고 철저함 때문에 생긴 오해와 과함

 

때문에 그는 결국 휴양이라는 불명예의 인사조치를 받고 방랑객이 되어 황지성당 상동공소에서 새로운 삶을 꾀하며 기도하고

 

일하면서 신자들의 벗이 되며 지냈단다. 황지의 박용식 본당

 

신부의 보살핌과 고한의 안승길 본당신부의 격려와 지도 그리고

 

그들과 나눈 따뜻한 대화가 그에게는 큰 힘이었다.

 

그런데 묘하게도 상동은 바로 박신부 자신의 어린시절 살았던 그에게는 고향과 같은 동네였다. 어린시절 그의 부친이 바로 이 곳 상동에서 직원으로 일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때 우리의 무심한 언행이 상대방에게 치명적 아픔과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들어 잘 알고 있다.

 

우리의 무심한 발길질에 돌이 굴러가 가속이 붙어 상상키

 

어려운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글쎄 이러한 경우 책임 소재를 어떻게 밝힐 수 있을까?

 

인생의 과정과 삶에는 늘 이러한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매사에 더욱 조심하고 특히 고백성사때 우리는 "이밖에 알아내지 못한 죄와 남이 나로 인하여 범한 죄가 있을 것이니 신부는 도무지

 

나를 벌하고 사하고서 아멘." 하고 특수 지향으로 용서를 빌며 큰 기도를 올린다.

 

박신부의 죽음에서 나는 그들 지도했던 신학교의 한 사제로서

 

그리고 사목현장에서 함께 일했던 선배사제로서, 무심한 나의

 

언행이 혹시 그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을까 반성한다. 그리고

 

사제의 진언보다는 친척이라는 혈연에 예속되어 주교가 사제

 

의 말을 듣지도 않고 선입견을 갖고 인사를 처리한 점에 대해

 

서는 함께 더욱 속죄하며 용서를 빈다. 교회란 무엇인가?

 

교구는 또 무엇이고 사제와 그에 대한 인사행정은 또 무엇

 

인가? 이 모든 것은 무엇보다도 먼저 예수님의 가르침과 같이 하느님 안에서 인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들이다. 그런데

 

인간성이 상실된 교구의 관료행정에서 뜻 있는 젊은 사제들이

 

상상 할 수 없는 상처를 받고 심지어는 죽어가고 있다.

 

박은종 사제의 죽음은 바로 은총의 이 희년에 관료행정으로

 

치닫는 교구 조치에 대한 근원적 이의를 제기한 시대의 한

 

징표는 아닐까? 우리 선배사제들이, 우리의 경직된 교구행정이, 불신으로 그득찬 사제공동체의 허상이, 순수한 사제, 불의와 타협을 모르는 너무도 고지식한 사제, 요령도 모르고 예수님의 철저성을 따르려 했던 무균의 사제라고나 할까, 이런 사제를

 

혼탁한 우리의 일그러진 교회문화가 죽인 것이다.

 

그렇다, 혼탁한 교회문화를 바로잡자. 더 이상 뜻 있는 젊은

 

사제들이 환멸속에서 죽지 않도록 두 눈을 부릅뜨고 두 손을

 

펼쳐 이러한 젊은 사제를 껴안자.

 

주님, 박은종 사제를 받아 주시고 저희 모두 진솔한 삶을 살게 하고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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