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자유게시판

[RE:29854]답글을 고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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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경 [kreuz] 쪽지 캡슐

2002-02-15 ㅣ No.29878

1.

어느 분이 제게 메모를 보내셨더군요.

이번 답글에서 감정적인 답을 쓴 것 같다고...

저는 그다지 다른 글보다 더 많은 감정을 담진 않았지만

혹시 그분이 저의 그런 글들로 인해

조금이라도 교회 안에서의 모습들에 회의를 느끼실 것 같아서

글을 지울까 하다가

지우기보다 약간의 수정을 하려고 합니다.

2.

요즘 책을 한 권 읽고 있습니다.

’세계사의 전설 거짓말 날조된 신화들’이라는 제목의 책인데

우리가 정말 잘못 알고 있던 것들에 대해

조목조목 써놓았더군요.

이 책을 읽으며, 그리고 다른 몇 권의 책들을 뒤적이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모를 수밖에 없을 때의 무지와

알 수밖에 없는 시기의 무지는 값어치가 다르다고.

3.

평신도에게 성서를 읽지 못하게 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워낙 교육수준이 낮고 판단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내버려두면 별별 해괴한 쪽으로 천갈래 만갈래 갈라질 것 같으니

무지하게 내버려두고 위에서 끌고가는 편이 쉬운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시대엔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기가 지났는데도 똑같이 살아갈 수는 없을 겁니다.

모든 것이 상대화되어버리는 시기입니다.

예전의 진리였던 것들이 요즘은 아니라고 말해지고,

예전엔 진리가 아니라고 했던 것들이 요즘은 진리가 되기도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기초적인 것, 기본적인 것을 생각해봐야 할 겁니다.

4.

천주교신자로서 절대적으로 믿고 고백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사도신경입니다.

이것은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고백하는 신앙의 기본입니다.

개신교에서도 사도신경으로 신앙을 고백합니다.

그래서 이단종파를 구별할 때

사도신경의 내용 중 어느 것 하나라도 어긋나면

이단으로 판별합니다.

이렇게, 가장 중요한 것을 알고 있으면 중심을 잡기 쉽습니다.

예전에는 모세5경을 모세가 썼다고 믿었고,

다른 말을 하면 이단이 되었습니다만,

요즘은 모세5경의 저자가 모세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절대적 진리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5.

그러나 사람들은 흔히 기본을 위한 다른 것들을 오히려 더 중요하게 강조하기 쉽습니다.

예수님 시대에 율법주의자들은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십계명을 그 목적과 의미는 지워버리고

문자 그 자체만으로 자신들 식으로 해석하고 확대하다보니

어느덧 사람을 찌르는 칼로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율법은 예수님도 못박아버렸습니다.

6.

단단한 것은 사람을 해칩니다.

무른 것은 사람을 해치지 않습니다.

교회가 보수주의의 길로 접어들 때마다

세상은 어두워져갔고, 사람들은 억압받고 고통에 신음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하느님의 뜻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그때마다

교회를 부드럽게 하는 사람들을 보내주신 것입니다.

교회가 자신만 구원의 길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했을 때,

예수님은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의 반대편으로 걸어가 못박히셨습니다.

교회가 자신의 율법을 절대화하고, 성직자를 드높이던 시대에

예수님은 가장 낮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셨고,

율법보다 사람을, 종교나 종파보다 사람을 먼저 보셨던 것입니다.

7.

자유게시판에서 제 입을 막고자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만,

침묵으로 도피하지는 않겠습니다.

예수님처럼 살면 못박히고, 세례자요한처럼 살면 목이 잘린다고 하지만

저는 그만한 그릇도 못 됩니다.

다만, 아무리 보아도 아닐 때에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저는 하느님의 전권에 제 뜻대로 제한을 두거나 할 능력도 없습니다.

다만, 그 시대마다 가장 힘들고 어려운 부분을 이야기하는 분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편한 신앙,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신앙을 갖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윗쪽의 신앙이 언제나 맞는 것도 아니고

앞서나가는 신학들이 언제나 틀린 것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읽을 수 있는 분들은 읽으시겠지요.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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