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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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의 좋은 생각~♡ 인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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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정 [NATALIA99] 쪽지 캡슐

2002-03-27 ㅣ No.31404

 

    † 그리스도의 향기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하는 여러분...  안녕하시죠?

 

  서둘러 안부 인사 먼저 묻고 싶은건 어제 일어난 하나의 일 때문에-

 

 

  남편은 곤히 잠들어 있건만 잠 못든 아내는

 

  지금 많은 생각에 젖어 있습니다.

 

 

  하루를 마치고 기도 중에 아무 일 없었음을 감사히 기억해내는건

 

  그만한 은혜로움이 함께 했음을 알기에-

 

 

  오늘 남편은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하얀 가운을 입고 친절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건만

 

  늘상 나는 소독 냄새와 입구서부터 드는 뭔지모를 불안함은

 

  방문하는 사람들을 왜인지 모르게 조금은 움츠리게 만들고,

 

  환자복을 입고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을 볼라치면 자연스레

 

  마음에서부터 생겨나는 것은 커다란 안쓰러움.

 

 

  아침에 친한 분의 부인이 갑자기 숨졌다는 놀란 전화를 받고

 

  남편은 퇴근 후 영안실이 있는 병원에 다녀왔는데...

 

 

  2주 전쯤인가 집들이하는 우리 집에 와-

 

  " 우리 집 화장실엔 머리카락 한가닥도 없이 깨끗해. "

 

  자기 아내 자랑에 한껏 어깨를 들썩이는 피터팬 앞에서

 

  " 이봐- 우리집엔 아버님이 오셔서 걸레가

 

    수건인줄 알고 얼굴 닦으셨어. "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팔불출 남편들의 아내 자랑은

 

  끊임없이 계속 되었는데.

 

 

  5일 전부터인가 그 사람의 부인이 아파 동네 약국에 갔다가

 

  병원에서 진찰 한번 받아 보는게 좋을 것 같다는 말에

 

  그 부부 웃으며 병원에 함께 다녀왔다던데.

 

  그 사람의 아내는 급성 백혈병으로 어제 갑자기 사망했고.

 

 

  우리는 왜 남의 불행 앞에서 지금 내가 쥐고 있는...

 

  행복의 무게를 느끼는 조금은 더딘 우매함들을 갖고 있을까요?

 

 

  내 남편-  병원에서 12시가 다 되어 집에 온다 연락 왔었고-

 

  그래 오늘은 방에서 그 사람을 맞을 수 없었지요.

 

 

  그냥 입고 있는 옷에 두터운 웃옷을 걸치고 배웅 나갔습니다.

 

  맨발에 커다란 남편의 슬리퍼를 신고-

 

 

  오가는 차를 보며  혹- 저기서 내리려나

 

  까만 밤에 주홍의 불빛을 밝히며 지나가는 차를 따라

 

  왔다갔다 내 얼굴도 함께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날 보자마자 차안에서 집에 전화했었는데 안받아 걱정 많이 했다며...

 

  남편의 잔뜩 구겨진 얼굴에서 얼마나 불안해 했었는지를 알 수

 

  있었지만,  철없는 아내는 그저 내 남자의 무사한 귀가만이 반가워

 

  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두 손을 꼬옥~  잡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맨발은 3월의 채 가시지 않은 한기에 얼은 듯 차가웠지만

 

  마음 안에는 따뜻함만이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기도 중에 남편과 나는-  냉담하고 있었다던

 

  죽은 그 부인 헬레나를 기억했고,

 

  오늘 하루 우리 부부 아무 일없이 지켜주신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드렸습니다.

 

 

  얼굴 한번 보지 못했던 사람의 죽음이었건만

 

  오늘 내내-  무겁게 내려왔던 마음들을 정리하면서

 

  예수님께 조용히 또 다른 청원의 기도를 드려봅니다.

 

 

  "사순의 마지막 주간에 당신 죽음 기억하면서

 

   지금 혹- 아프거나 병들어 힘들어 할 분이나,

 

   그 가족들의 평안함을 위해 기도드린다구요-

 

   혹- 나의 작은 선행으로 그들의 아픔을 덜어낼 수 있다면

 

   나 그런 기특한 몸짓으로 이번 한 주간만이라도

 

   살아보겠다구요-

 

   내 예수님 그렇게 지금 저 간절한 마음 두 손으로 모아

 

   당신께 쏟아내 봅니다. "    - 아멘 -   

 

 

               -  2002년  3월 27일  새벽에  -

 

    ... 나에게 있는 평안함에 감사드리며.  나탈리아 올림』

 

 

 P.S: " 하늘의 인연으로 만나 일생을 함께 기뻐하며 슬퍼도 한

 

        남편과 아내가 한 날에 함께 부부의 이름으로-

 

        그렇게 하늘 나라에 든다면 그 또한 은혜로움일 것이라

 

        오늘 있었던 일을 되새기며 조금은 이기로움을 담아

 

        가만 생각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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