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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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생, 나쁜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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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숙 [shwang] 쪽지 캡슐

2002-04-23 ㅣ No.32323

 

이 글은 신학생 아버님이 성소주일을 맞이하여

 

전주교구 ’숲정이’에 남긴 글입니다.

 

  [ 신학생, 나쁜 녀석들!.... ]

 

 

’얼음골’ 광주가톨릭대학교가 5년 전 둥지를 튼

 

전남 나주시 남평읍 신학교 ’터’이다.

 

네가 2개월전 스스로 네몸을 가두어둔 곳이다.

 

100여미터 떨어진 옆 마을보다 평균 기온이 2∼3도 낮다는 그곳.

 

현재 전주교구 신학생 54명이 몸을 묶은 곳.

 

그곳을 아빠는 뜨거운 열정으로 사랑한단다.

 

올 2월 21일

 

늦겨울 추위가 우리를 휘감고 있을 때

 

침대 이불에서부터 생필품까지,

 

심지어는 빨래통과 컴퓨터 디스켓까지 한차 가득 싣고

 

너를 그곳에 맡겨놓고 올 때,

 

아빠는 멍한 기분이었고 엄마와 하나뿐인 네 여동생은

 

연신 눈시울을 적시고 있는데,

 

왜그리 겨울비는 철철이 내리고 있었는지....

 

그 날 전주교구 햇병아리 9명 신학생들과 헤어질 때

 

너희 얼굴은 굳어 있었고, 두려움과 체념(?)어린 표정들이었다.

 

그러나 3월 7일

 

부모형제들이 너희와 함께 입학미사를 드릴 때,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북받쳐 오르는 마음의 환희를 느끼게 한 것은

 

정녕 ’그분’의 뜻이었을까.

 

2주간의 영성생활 비디오와 체험담을 우리들 앞에서 낭독할 때,

 

너희들의 두 눈은 빛났고 홍조를 띤 얼굴이

 

얼마나 가슴 설레게 했는지 모른단다.

 

그러나 "나쁜 녀석들" 부모와 헤어질 때

 

영성관 앞에서 1∼2학년 70여 명이

 

땅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하고 나서.

 

’어머님 은혜’는 왜 합창했는지.

 

너희들은 밝고 힘찬 음성으로 미소지으며 노래를 불렀지만,

 

아빠들은 가슴속으로 울었고

 

엄마들은 연신 소리 없이 옷소매로 눈물을 훔치지 않았나.

 

내 인생이 내 것이 아니듯, 내 몸이 내 말을 듣지 않듯.

 

내 혀가 마음과 다른 말만 골라서 하듯,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는데

 

그중 매일 말을 듣지 않는 이 마음이란 것이 제멋대로 여서,

 

네가 신학교에 간 뒤에 그렇게 울고 웃고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신학생 부모들은 알고 있단다.

 

우리의 자녀들은 우리의 소유가 아닌 것을,

 

우리의 아들딸들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소중한 선물인 것을,

 

그래서 하느님께서 주신 그 선물을 다시 쓰시겠다기에

 

"하느님, 저희 뜻대로 마시고 당신 뜻대로 하시옵소서"

 

라고 힘차게 응답했음을.

 

이 세상에 태어난 남자는

 

인생을 살면서 세 번 운다는 말이 있듯이,

 

신학생이 사제가 될 때까진

 

그 길을 포기하고 싶은 큰 유혹이 세 번 있단다.

 

네가 신학생을 향한 폭탄선언 때 부모의 마음에 대못질을 했듯이.

 

세 번 유혹이 있을 때

 

네 부모 가슴에 세 번 대못질을 해다오.

 

그 다음 사제 서품을 받을 옆구리에 창을 찔러준다면

 

우리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그대로 지고 가는 것이 아니겠니?

 

이상스런 논리일지 모르지만

 

이게 우리 신학생 부모들의 마음이란다.

 

우리 부모들은 대못질의 고통을 크나큰 은총으로 알고

 

’그분’께 대한 사랑과 기도로써 녹여버릴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이 성소주일,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이 세상 끝까지 가서 복음을 전파하라고 하셨다.

 

성소를 향한 이 땅의 젊은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이

 

우리 교회의 현실이고 보면,

 

차가운 ’얼음골’에서 낮은 마음으로 주님을 닮아가려는 신학생들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

 

가난한 마리아와 요셉이 지상에서 방 한 칸 차지하지 못하고,

 

마굿간에서 낳을 수밖에 없었던 비참한 아기가

 

하느님의 아들이시라는 지극한 신비가

 

가톨릭 교회의 큰 매력이 아닐까?

 

비천하고 낮고 나약하고 겁 많은 젊은이 예수,

 

그분은 도둑들과 함께 십자가에 달리셔서

 

도둑들은 엄살(?)을 부리지 않는데

 

"주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괴롭게 울부짖었지 않았나.

 

그런 분이 인류를 구원하고

 

우리에게 한없는 사랑만 주신 승리자이셨기에

 

우리는 그분을 흠숭하고 찬미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나.

 

언젠가는 남북통일이 되겠지.

 

그때 북한선교는 누가 맡겠나.

 

바로 7년 간 신학교 고행(?)의 길을 걷는 너희들 몫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 글을 읽는 우리 신자들은 기도시간에

 

신학생들을 기억하리라 기대한다.

 

사랑이신 하느님께 내일도 모레도 신학생들을 위해 기도하련다.

 

 

 성소 주일을 보내면서

 

저 또한, 몸과 마음이 건강한 이땅의 많은 젊은이들이

 

주님의 부르심에 뜨겁게 응답하시기를 기도드리며

 

오늘 아침 광주 교구 게시판에 올려진 이 글을 읽고

 

무척 감동받아 함께 나누고 싶어 옮겨왔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소피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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