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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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5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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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4-03-21 ㅣ No.170778

[사순 제5주간 목요일] 요한 8,51-59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내 말을 지키는 이는 영원히 죽음을 보지 않을 것이다.”

 

 

 

 

“뜨거운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아이는 불을 지핀 난로가 얼마나 뜨거운지 모르지요. 그래서 호기심에 손을 뻗어 이것저것 만져보다가 난로의 뜨거움에 깜짝 놀라 재빨리 손을 거둬들입니다. 그 아이의 손엔 화상이라는 상처의 자국이 남겠지만, 앞으로는 절대 뜨거운 것을 함부로 만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게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를, 그런 부주의한 행동 때문에 자기가 얼마나 큰 상처를 입게 되는지를 강렬한 체험을 통해 분명하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죽음을 바라보는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을 보게 됩니다. 하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고 보시는 예수님의 관점입니다. 죽음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우리를 죽음으로 이끄는 고통과 시련이 어떤 것인지를 직접 ‘맛보아야’ 그것이 끝이나 멸망이 아님을 깨닫고 죽음 이후의 세계, 이 세상 너머에 있는 저 세상을 바라보며 그 세상에 대한 참된 희망을, 거기에 가고자 하는 간절한 열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죽음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당신 말씀을 듣고 지키면 “영원히 죽음을 보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십니다. 예수님 말씀을 듣고 실행하여 마음 속에 참된 믿음을 지니고 있으면 죽음에 온통 시선을 빼앗길 일이, 죽음을 두려워하고 걱정하느라 정작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게 되는 안타까운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죽음을 두려워하며 어떻게든 피하고 싶어하는 유다인들의 관점입니다. 그들은 ‘인간은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진리’로 인정하면서도 정작 죽음을 제대로 마주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습니다. 자기 조상들이 죽은 것처럼 자신도 언젠가 죽게 될테니, 적어도 살아있는 동안만은 죽음의 쓰디쓴 맛을 보고 싶지 않은 겁니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세상이 주는 달콤한 맛만 보고 싶은 겁니다. 그래서 고통과 시련 더 나아가 죽음까지 기꺼이 받아들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난 지금 멀쩡히 살아있는데 왜 굳이 죽음을 맛보고 그 이후의 세상을 바라보라고 하시는지 이해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 말을 지키면 죽음을 보지 않을 것’이라는 예수님 말씀을  당신 말대로 따르기만 하면 죽음을 맛보지 않게, 즉 죽지 않게 해주겠다는 허황된 약속으로 오해하여 배척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은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게 아닙니다. 당신 말씀을 믿고 따름으로써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아버지를 아는 것, 즉 그분과 깊은 사랑의 친교를 맺어 ‘하나’가 됨으로써 그분과 함께 영원한 행복을 누리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영원한 생명’의 본질인 겁니다. 그리고 그 과정엔 당연히 ‘죽음’이라는 단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을 믿는 이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분과 맺은 사랑의 유대 안에 사는 이들은 육체가 죽는다고 해서 ‘소멸’되지 않고 부활하여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된다는 것을, 그 모든 과정에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섭리가 작용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혹독한 겨울 추위를 묵묵히 참고 견디다가 봄이 오면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꽃눈처럼, 우리도 마음 속에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간직하고 구원이라는 꽃을 피우기 위해 하루 하루를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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