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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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은 서로 나누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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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식 [big-llight] 쪽지 캡슐

2021-06-19 ㅣ No.222802

 

 

장편소설 '대지'1933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펄 벅' 여사가

1960년에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했을 때의 새겨보아야 할 일화입니다.

 

그녀는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에 경주 시골길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때에 한 농부가 소달구지를 끌고 가고 있었습니다.

달구지에는 가벼운 짚단이 그리 많지 않은 부피로 조금 실려 있었고,

농부는 자기 지게에 또 따로 짚단을 지고 그 옆을 함께 가고 있었습니다.

 

이는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다소 이상하게 볼 광경이었습니다.

힘들게 지게에 짐을 따로 힘들고 지고 갈 게 아니라,

달구지에 짐을 싣고 농부도 거기에 타고 가면 아주 편할 텐데 말입니다.

 

통역을 통해 그녀는 농부에게 의아하다며 물었습니다.

"왜 소달구지에 짐을 싣지 않고 그리 힘들게 걸어서 갑니까?"

 

그러자 농부가 수줍음을 타며 대답했습니다.

"에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저도 일했지만, 소도 종일 일했으니 짐을 나누어서 지고 가야지요."

 

펄 벅 여사는 농부의 말에 크게 감탄하며 말했습니다.

"저는 저 장면 하나로 한국에서 보고 싶은 걸 이미 다 보았습니다.

농부가 소를 거들어주는 모습에서 한국의 위대함을 정말 느꼈습니다."

 

이런 모습은 당시 우리네 농촌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지만,

그녀는 훗날 이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고백했습니다.

 

비록 말 못 하는 짐승일지라도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으로 존귀하게 여겼던 저 순박한 농부처럼,

우리는 본디 이처럼 작은 배려를 잘하는 민족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요?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이기적 사고로 꽉 차 있지는 않은지요?

내가 좀 손해 보더라도 서로의 짐을 나누어지고 함께 걷는 것,

비록 짐승일지라도 존귀하게 여겼던 저 농부의 순박함을 닮는 것,

배려심이 부족한 지금의 우리에게 어쩌면 매우 강한 울림을 줍니다.

 

그렇습니다.

마음을 자극하는 단 하나의 사랑스러운 모습,

그것은 진심에서 나오는 아주 작은 배려입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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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벅,달구지,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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