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람의 입속에도 1억 마리 이상의 세균이 산다. 어둡고 습한 환경에 수시로 먹이까지 공급되는 입속은 세균이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입속이 세균 천지지만 실제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그중 1%의 세균이다. 비중은 작지만 영향력은 막대하다. 이들 유해균이 유발하는 질환은 충치와 잇몸병 등 구강질환에 그치지 않는다. 심장병·당뇨병·암 위험까지 높인다. 입속 세균을 잘 관리하는 것이 건강관리의 첫걸음이다. 입속 세균의 위험성과 관리법에 대해 알아봤다.
진지발리스는 잇몸뿐 아니라 인체 곳곳에 문제를 일으킨다. 염증으로 손상된 혈관에 들어가 온몸에 퍼진다. 심근경색을 일으키는 혈관 내벽, 류머티스성 관절염의 염증 부위에서 발견된다. 보고에 따르면 잇몸병이 있는 환자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심혈관질환 위험이 1.14배, 뇌졸중 위험이 2.11배, 폐질환 위험이 1.75배, 만성 신장질환 위험이 1.6배 높다. 임신과 출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숙아 출생 가능성이 무려 7배나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구강암 발생 위험도 1.14배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 모두 입속 세균이 원인이다.
유익균처럼 입속 유해균을 없애는 데 효과적인 물질이 있다. 프로폴리스다. 꿀벌이 뱉어낸 천연 항균·항염제다. 잇몸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유해균 3종의 성장을 강력하게 방해한다는 보고가 있다. 그 효과는 현재 치과 치료에 사용되는 소독약(클로로헥시딘)에 버금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충치·구내염·점막염증·점막궤양·캔디다증·구취 제거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입속 세균을 관리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꼼꼼한 양치질과 정기적인 스케일링이다. 유해균의 영향을 줄이는 데 무엇보다 효과적이다. 진지발리스 같은 유해균은 적정 수준 이상 모여야만 문제를 일으킨다. 양치질로 전체 세균 수를 적게 유지하면 유해균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양치질에서 중요한 것은 빈도가 아닌 방법이다. 양치질을 제대로 하는 건 의외로 어렵다. 치약을 묻혀 거품을 내고 빡빡 닦는다고 세균이 없어지지 않는다. 강 교수는 “대충 여러 번 닦는 것보다는 하루 한 번이라도 제대로 구석구석 닦는 칫솔질이 낫다”고 말했다.
이와 이 사이, 이와 잇몸 사이가 특히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이와 이 사이의 세균은 치간칫솔로 없앤다. 치실은 음식물 찌꺼기를 없애는 데 좋지만 세균까지 털어내는 효과가 떨어진다. 이와 잇몸의 틈은 어금니칫솔로 불리는 첨단(尖端)칫솔로 닦는 게 좋다. 칫솔모가 얇고 끝이 뾰족해 일반 칫솔이 닿기 힘든 부위에 쉽게 닿는다. 치아가 고르지 않거나 교정장치를 착용 중일 때도 이 칫솔을 사용하면 깨끗이 닦을 수 있다.
‘바스법’을 병행하면 더 효과적이다. 칫솔모를 45도 기울여 이와 잇몸 사이에 두고 앞뒤로 2~3㎜를 왕복하며 10초간 가볍게 닦는 양치법이다. 일산사과나무치과병원 김혜성 원장은 “식후 3분 안에 3분 이상, 하루 세 번 닦아야 한다는 ‘3·3·3’ 원칙을 어렸을 때부터 배운다”며 “하지만 정확히 어떻게 닦는지 배울 기회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양치질도 진화할 때”라며 “좌우 대신 위아래로 닦는 게 상식이 된 것처럼 치간칫솔, 첨단칫솔의 사용도 보편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