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2일 (일)
(백)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어 하느님 오른쪽에 앉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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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되고 싶은 아이(출처: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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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영 [francisca1] 쪽지 캡슐

2000-11-17 ㅣ No.2091

오늘은 남편과 함께 처음으로 새벽미사를 가봤다.

일어나려는데...더 자고싶은 맘이 굴뚝같았고, ’내일할까?’ 하고 미룰려는 맘도 생겼다.

그러나 우리는 굳게 맘을 먹고 일어나서 조깅하는 기분으로 성당을 향했다.

그동안 잘못한게 많아서 고해성사를 해야만 했기에...

 

우리는 새벽이라 사람들이 없을줄 알았는데....의외로 많았다.

특히 몸도 불편하신 할머님들이 추운 새벽에 숨을 헐떡이며 들어오시는 모습을 보니...찡했다.

왠지 그 할머님들의 기도는 주로 자식을 위한 기도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더 그랬다.

그게 부모님이다. 자식을 위해서는 힘든일도 힘든줄 모르는게 부모님이시다.

자식은??? 부모님의 십분의일도 안될것이다.

오늘은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님께 따뜻한 전화라도 드려야 겠다.

=-=-=-=-=-=-=-=-=-=-=-=-=-=-=-=-=-=-=-=-=-=-=-=-=-=-=  

햇볕이 되고 싶은 아이

 

아직 바람이 찬 봄날, 화분을 손보러 빨간 벽돌집 뒤켠 공터로 나오니 다섯 살바기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다. 모여앉은 아이들이 자기의 꿈을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것이 내 어린 시절의 한자락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흐뭇했다. 그런데 마지막 한 아이가 한참을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야, 너는 뭐가 될래?" "그래, 빨리 정해라."

 

친구들이 지친 듯 쪼그리고 앉아 재촉하는데도 그 아이는 망설이기만 했다. 그때 내가 빙긋 웃으며 한마디 거들었다.

 

"빨리 말해라. 친구들이 기다리잖아."

 

그러자 머쓱해진 그 아이기 뭔가 결심한 듯 벌떡 일어서더니 햇볕이 잘 드는 벽으로 뛰어들어가 기대어 섰다.

 

"난 햇볕이이야, 너희들 모두 이리로 와 봐."

 

나는 속으로 ’어허, 제법이네’ 하며 그 아이를 힐끗 쳐다봤다. 어리둥절해 하던 아이들도 모두 달려가 그 아이 옆에 섰다. "와, 따뜻하다" 하며 벽에 붙어 서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겨웠다. 나는 가끔씩 노는 아이들에게 간식을 제공하곤 했다. 오늘은 색색 플라스틱 포크에 토끼모양으로 깎은 사과를 들고 나오다가 무심결에 햇볕이 되고 싶은 아이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우리 할머니는 시장에서 나물을 파는데 할머니가 앉아 계신 곳에는 햇볕이 잘 들지 않아요."

 

그 아이는 잠깐 동안만 할머니를 비추고는 금방 다른 데로 옮겨가는 햇볕이 알미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햇볕이 되어 할머니를 하루 종일 따뜻하게 비춰 줄 거라고 했다. 나는 그 아이를 꼭 안아 주었는데 햇살을 가득 품은 것처럼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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