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2일 (일)
(백)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어 하느님 오른쪽에 앉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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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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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학 [pshak59] 쪽지 캡슐

2001-04-17 ㅣ No.3300

어머니의 기도

 


내 어머니는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어머니가 간암에 걸린 것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결정적인 것은
현대의학으로 규명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신경계통 질환 중의 하나라는
이상한 병에 걸린 막내아들 때문이었다.


대학졸업을 얼마 앞둔 어느 날,
나는 발음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말을 오래 계속하면 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처음엔 몸이 약해서 그러려니 했지만
그 정도가 점점 심해졌다.
성모병원에 입원하여 각종검사를 받았지만
원인규명도 안 되고 따라서
치료도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것은 어머니에게 대단한 충격이었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힘겹게 살아오면서
그나마 사는 낙을 느끼게 해주었던
사랑하는 막내아들이
현대의학으로 규명이 안 되는
이상한 병에 걸려 고통당하는 모습은
어머니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
"이 세상에 고칠 수 없는 병은 없다.
네가 꼭 네 병을 고치고 말테다.
걱정하지 마라."

이렇게 장담하시던 어머니는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다하시고
심지어 점쟁이에게 찾아가 부적까지
가져오셔서 내 몸에 붙여주었지만
내 병은 차도가 없었다.
얼굴 주위의 신경마비로 인해
말을 제대로 못하고 먹는 것조차
불편하게 되어 직장도 못 다니고
큰아들에게 얹혀 지내며
고통속에 세월을 보내는
막내아들의 모습이 결국 어머니에게
간암이라는 치명적인 병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돌아가시기 1년 전부터 어머니는
동네 아주머니의 인도로 성당에 다니게 되었다.
"성당에 다니면서 열심히 기도하면
하느님께서 막내 아드님의 병을 고쳐주실 거예요."
그때까지 어머니는 막내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해봤지만
소용이 없었으므로 동네 아주머니의 그 말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열심히
성당에 다니며 기도하셨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병원에서도
못 고치는 것을 기도 덕분에 고쳤다는
얘기를 몇 번 들으신 후에는
내게도 성당에 같이 다니기를 강요하셨다.
사실, 어머니는 하느님이 어떤 존재인가를
확실히 아시지도 못했다.
성당에서 교리공부라는 걸
조금 하시긴 했지만 배움이 없고
이미 노쇠한 어머니에게 그 모든 것을
이해시키기란 어려운 노릇이었다.

어머니가 아시는 것은 오직 하느님은
못하는 일이 없는 전능하신 분이며
오직 그분만이 막내아들의 병을
고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재판관에게 판결을 청하는 과부의 비유처럼
어머니는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일어나
벽에 걸어둔 십자가를 향하고 앉아서
막내아들의 병을 고쳐달라고 기도하셨다.

그러나 그 간절한 어머니의 기도는
살아 생전에 응답을 받지 못하고
눈을 감으셨다. 형과 형수와 두 누나를
일일이 불러 막내를 잘 돌봐주라는
유언을 남기고 감기지 않는 눈을 감으셨다

그렇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나는 1년 정도 형님에게 얹혀 지내며 방황하다가
수녀님의 소개로 가톨릭 계통의
자선단체에 봉사자로 가게 되었다.
"그냥 이렇게 하는 일 없이 지내는 것보다
그곳에 가서 좋은 일 많이 하면
성모님께서 형제님을 도와주실거예요."

수녀님의 소개로 가게된 곳은 평신도가
운영하는 자선단체로 결손 아동들과
연고없고 몸이 불편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모시고 사는 곳이었다.

그곳에 간 지 1년쯤 지난 어느 날,
나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꿈속에서 보게 되었다.
그동안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어머니였다.
꿈속에서 어머니는 내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지를 않았다.
어디를 가야하는데 어머니가 발목을 잡고
놓아 주지를 않으니 꿈속에서도
너무 괴로와서, 주님, 제 어머니
좀 데려가 주십시오. 제가 너무 괴롭습니다.
하고 열심히 호소했더니 얼마 후에
어머니가 내 발목을 놓고 하늘로
천천히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런 꿈을 꾼 지 한 달쯤 후에
나는 급성 폐렴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중풍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할아버지들을 위해
머리도 감겨주고 목욕도 시켜주며 병원에도
모시고 가는 일을 했는데 허약한 몸에
무리가 왔는지 폐렴에 걸리고 말았다.

그런데 폐렴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현대의학으로 규명할 수 없었던
내 병명이 밝혀지게 되었다.
내 병은 중증 근무력증이라는 것이었다.
아직까지 그 병의 원인은 규명이 안 되었지만
치료는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하여 흉선 절제술이라는 수술을 받고
나는 혀가 풀려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먹는 것에도 불편을 느끼지 않았고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했던 내 몸에도 기운이
생겨 정상인과 다름없이 활동할 수 있었다.

"틀림없이 엄마가 하늘나라에서 성모님 옷자락을
붙잡고 막내아들 병 고쳐 달라고 손이 발이 되게
빌었을거야. 안 봐도 눈에 선해.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네가 나았겠니?"
작은누나의 이 말이 아니더라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죽어서도 계속된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 덕분이라고….

벌써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나는 지금도
밤마다 계속되던 어머니의 기도소리를 기억하고 있다.
어머니는 누구보다도 하느님을 믿었고
온몸으로 기도했던 것이다.

"하느님, 주님, 성모님,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우리 막내아들 병 좀 고쳐주세요.
모든 잘못은 제게 있으니 저를 데려가시고
우리 막내아들 병 좀 고쳐주세요.
세상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주님이 우리 막내아들을 잘 모르실지도 모르지만
우리 막내는 나쁜 짓 모르고 살아온 착한 얘입니다.
그리고 성당에도 열심히 다니고
저보다 주님을 더 많이 믿습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병이 들어서 말을 제대로 못하고
잘 먹지고 못하고 그래서 취직도 못하고
지 형과 형수에게 얹혀 지내고 있습니다.
내가 죽으면 누가 저 아이를 걷어주겠습니까?
그 생각을 하면 자다가도 눈이 떠 집니다.

내가 살아서 꼭 병을 고쳐주어야 할텐데….
주님, 제가 죽더라도 막내아들 병은 꼭 고쳐주세요.
주님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저는 믿습니다.
그러니 우리 막내아들 병 좀 꼭 고쳐주세요.
모든 잘못은 제게 있으니 저를 데려 가시고
우리 막내 병을 고쳐주세요.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글/박수묵*


(배경음악:꽃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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