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토)
(백)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유머게시판

백수의 사랑이야기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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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ani11] 쪽지 캡슐

1998-10-14 ㅣ No.161

백수의 사랑 이야기 #3       

 

       백수 : 순수해보이던 그녀가 매일밤 혼자서 저런 야한 만화책을

                쌕쌕거리면서

                보는거 같아 의심스런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어제도 저걸 밤이깊도록 본 모양이다. 오전부터 졸고있다.

                하지만 여전히 난 그녀를 좋아한다.

 

       만화방아가씨 : 어제밤 늦게까지 음악에 젖어 소박한 사랑이야기를

                            꿈꾸다 잠을

                             못이루었다. 몹시 졸리다. 졸고 있는데

                             그백수가 왔다.

                             그도 졸린눈을 하고 나를 쳐다본다. 저런 눈은

                              왠지 음흉스럽다.

                             집에는 잔뜩 음란잡지가 쌓여 있을거 같다.

                             여전히 저백수는 경계심을 일으키게 한다.

 

       백수 : 그녀를 생각하며 시한편 적었다. 애틋한 감정이 솟구친다.

                밤에 그녀 만화방주위를 서성거려 보았다. 닫힌 만화방

                창문사이로 작은

                불빛이 비쳤다.  피곤한 하루를 접고 잠을 이루는 그녀만의

                공간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리라. 그녀는 오늘 무슨생각을 하며 잠을

               청하고 있을까..?

               별빛같은 미소를 머금고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 작은

               불빛의 공간안에서 오늘과의 작별을 아쉬워 하고 있을것이다.

               그 불빛을 뒤로 하고 그녀를 생각하며 난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만화방아가씨 :  변비 때문에 죽을 지경이다. 나같이 이쁜 숙녀한테

                             하늘이

                              시기하며 내린 벌같다. 벌써 한시간째

                              화장실에 앉아 있다.

                              오늘은 꼭 성공하리라 다짐하지만 여간 힘이

                              쓰이는게 아니다.

                              찡그린 얼굴때문에 주름살이 생길까 걱정이

                              된다.

 

       백수 : 그녀가 오늘은 왠지 헬쓱해 보였다.  무슨 고민이 있는거

               같다.

                용기를 내어 힘내세요란 말을 남기고 만화방을 나왔다. 내가

                생각해도

                멋있는 말을 남긴거 같다. 그녀가 내마음을 알아주어야

               할텐데...

 

       만화방아가씨 : 그녀석이 어제 변비땜에 고생한걸 어떻게 알았을까..?

                             귀신같은 놈이다. "힘내세요." 분명 날 놀린

                            말이 틀림없다. 그가

                             요즘 좀 좋아질려고 했는데, 나의 아픈곳을

                            그렇게 매정하게 긁고

                             가다니.. 원수 같은놈..

 

       백수 : 만화방에서 오늘 일곱개의 숟가락이란 만화를 보았다.

                슬프고 진한 감동이 왔다. 세권을 읽었을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고개를 들고 눈물을 훔치고 있는데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쪽팔렸다. 사내자

                식이 만화책보며 운다고 놀릴것 같다. 부끄러워 고개도

                못들고 계산을 하고

                바로 나와버렸다. 다음부터 그녀 대하기가 어려워질것 같다.

 

       만화방아가씨: 오늘 그 백수가 만화책을 보더니 눈물을 흘렸다. 꽤

                          슬픈

                             만환가보다. 그녀석은 나갈때까지 그 책의

                           여운이 남았는지

                             슬픈 표정을 지었다. 오늘밤에 그 만화책을

                            보며 나도 울었다.

                             그 백수자식 생각보다는 여린면이 있다.

                             그녀석 얼굴이 떠올라 괜한 미소가 머금어

                           졌다.

 

       백수 : 오늘 잘못했다간 맞아 죽을뻔 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난걸까?

                그녀 만화방에서 불량고교생 두명이 행패를 부렸다.

                한권값으로 한 열권을 본모양이다. 그녀가 그걸 눈치채고서

               돈을 더 내라고

                하다가 싸움이 붙었다.

                애그 자식들 나처럼 능숙한자도 세권이상은 안했는데..

                무모한 놈들이다.

                하여간 주인이 여자니까 이것들이 엄청 날뛰었다. 나두 겁이

                졸라 많이

                났다. 만화책을 덮고 집으로 갈려고 했는데 .. 이것들이

                 그녀를 툭툭친다.

                순간 나도 모르게 툭툭치던 놈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다른 한녀석을 겁

                나게 째려보았다. 그자식이 "머 머야. 이새끼.. 니가 먼데

                 끼드는데..."라고 말했다.

                나이도 어린게 반말을 썼다. 기분이 엄청 더러웠다. 보통

                영화나 연속극의 이

                런 상황에서 나 이여자 남편이다. 또는 약혼자다 그러는 걸

                본적이 있어서

                나두 그렇게 말할려구 했는데 그기까지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냥 "나 백수다" 라고 말해버렸다.

                아까 맞은 녀석까지 정신을 차리더니 웃었다. 그자식들 아주

                악날한 놈들은

                아니었나 보다. 내가 덩치가 좀있고 인상이 더러버 보였는지

                그냥 있는돈이

                이거뿐이라며 내고 가버렸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는걸

               느꼈다.

                그녀는 자기자리에 앉아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뭔가

               위로의  말은

                해주어야겠는데. 할말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본 만화책값을 살며시 놔두고 그냥 나왔다.

                그녀는 내가 백수라고 말한걸 분명히 들었을것이다.

                다음부터 어떻게 그녀 얼굴을 보나..?

 

만화방아가씨 : 오늘 큰 낭패볼뻔 했다. 어떤 고딩둘이서 돈도 안내고

             만화책을

              자꾸 바꿔 보았다. 어떻게 한권값으로 열권이나 보냐.. 몹시

             열받았다.

              그래서 돈내라고 했더니 툭툭 치며 날뛰었다.

              괜히 싸움걸었나 싶었다. 겁도 났다. 눈물이 날려는걸 꾹

             참았다.

              근데 그 백수녀석이 나타나 한녀석을 한방에 때려 눕히더니

              다른 녀

              석을 겁나게 째려보았다. 멋있었다.

              근데 그 상황에서 나 백수다라고 그러다니 갑자기 너무 웃음이

              나왔다. 애써 날 도와주었는데 웃고 있으면 그가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았다. 그래서 두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혹시 말을 걸면 운것처럼 보이기 위해 침으로 눈에다 찍어

             발랐다.

              그런데 그냥 나가버렸다.

              오늘 잠자리에 드는데 날 도와준 그가 자꾸 눈에 어린다. 내일

               그가

              오면 고맙다고 말하고 라면하나 끓여 주어야 겠다.

 

백수 : 내가 백순게 탄로났다. 그녀 만화방에 갈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집에서 라면이나 끓여 먹고 잠이나 자야겠다.  라면을 먹는데 귀가

     엄청

      간지러웠다. 아무래도 라면에 이상이 있는거 같다.

 

만화방아가씨 : 어제 도와준게 너무 고마와 그를 위해 아침에 시장에서

              생라면 사리

               와 표고버섯 시금치등을 사가지고 왔다.

               육수도 만들어 그가 오면 바로 끓여서 줄것이다. 방부제 든

              제품

              라면으로는 이렇게 진하고 여운이 남는 맛을 내기 어렵고

              정성도 결

              여된 것이기에.. 오늘 좀 신경을 썼다.

              근데 이녀석이 나타나지 않았다. 닳아져 가는 육수를 보며

              그녀석

              욕을 엄청했다. 좋아질려고 하면 꼭 딴쪽으로 샌다.

 

 

계속.....

백수의 사랑이야기...#4

 

백수 : 오늘 컵라면 하나 사가지고 만화방에 갔다. 어짜피 백수라고 알려진것.

       더이상 쪽팔릴것두 없다. 그녀가 오늘따라 화사하다. 용기를 내어 "아..아..

       ..아줌마 뜨거운 물좀 주세요.."라고 말했다.. 으이그... 아가씨라고 말했어

       야 했는데.. 그녀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물을 부어주었다.

       근데 라면 맛이 이상하다. 상한거 같다.

       이상한 고기 비린맛이 났다. 아까왔지만 화장실에 부어버렸다.

 

만화방아가씨 : 그가 컵라면을 가지고 만화방에 왔다.

               라면개시하라는 무언의 시위같다. 그가 또 아줌마라 그랬다. 엄청 얄

               미웠지만 그때 도와준일도 있고해서 인심을 써 육수를 부어주었다.

               근데 녀석이 라면을 먹다말고 화장실로 간다. 먹으면서도 쌀수가 있

               다니 부러운 놈이다.

 

백수 : 오늘 만화방에서 더럽게 생긴 두녀석을 보았다. 한녀석은 노란추리닝에 피시

       에스를 낀놈이고 한녀석은 짝이 안맞는 딸딸이를 신고 있었다.

       저녀석들 부모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그녀는 고혹한 모습으로 계산대에 앉아 졸고 있다. 사랑스럽다.

 

만화방아가씨 : 백수그녀석 말고 눈에 띠는 녀석이 둘이 들어왔다. 내가 만화방차

               린게 후회된다. 저것들도 단골이 될까봐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노란추리닝녀석이 나보고 아줌마라 그랬다.

               딸딸이녀석은 라면을 시켰다. 죽고싶다. 계산하고 나갈때 딸딸이 녀

               석이 동전을 한움큼 내놓고 갔다.

               애들 콧물이 묻어 있는거 같은 느낌이 왔다. 추리닝녀석은 피시에스

               를 꺼내더니.. " 내가 말이야 만화방으로 자리를 옮겼어.."라는

               이상한 말을 지껄이더니 마지막에 "아줌마 이거 피시에스에요"라는

               말을 던지고 나갔다. 왠지 지구인이 아닌거 같았다.

               백수그녀석이 오늘따라 멋있게 느껴지는건 왜일까?

 

딸딸이(특별출연) : 만화방 여주인이 이뻤다. 이백수친구만 안데리고 왔어도.

                   여기를 단골로 다닐텐데.. 저녀석땜에 쪽을 다팔았다. 짝재기딸

                   딸이도 왠지 맘에 걸린다. 라면을 시켰는데 주인 아가씨가 아무

                   반응이 없다. 아마 이녀석이 아줌마라 불러서 화가 났나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라곤 짤짤이해서 딴 동전들 뿐이다.

                   나갈때 좀 쪽팔리겠다.

 

노란 추리닝(특별출연) : 졸라 야한 만화책이 많다. 재밌다.

                        주인 아줌마한테 피시에스 자랑이 하고 싶다.

                        나갈때 자랑하고 나가야쥐..

 

백수 : 오늘 만화방에서 짜장면을 시켜먹었다. 계산하려고 나왔는데 마침 그녀가 누

       구와 전화를 하고 있었다. 무슨 재밌는 이야기를 나누나부다. 계속웃는다.

       날보는 눈짓이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하는것 같다.

       오래 해도 돼요.. 이렇게 가까이서, 이렇게 오랫동안 그녀얼굴쳐다본적이

       그전에 있었던가..? 행복하다.

 

만화방아가씨 :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오늘 기분이 심난해서 오늘밤에 여기로 온다

               그런다. 친구와 그렇게 전화를 하는데 그백수녀석이 계산대에 왔다.

               그의 얼굴을 보니 코위에 짜장이 엄청 묻어 있다.

               저렇게 생긴것두 웃긴데 짜장까지.. 막 웃었다.

               친구가 얘기하다 말고 왜 자꾸 웃느냐고 지랄을 했다. 뭐가 묻었는지

               도 모른채 그는 행복한표정이다.

 

백수 : 예전 만화방주인일때는 만화방도 대신 봐주고 그랬다. 그런데 그녀는 내가 그

       렇게 줄기차게 다녔는데도 그런 부탁하나 안한다. 내가 의심스럽게 보였나?

       하기야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백수한테 가게맡길 사람이 어디껏나..

 

만화방아가씨 : 내일은 내친구 결혼식이다. 삼촌이 요즘 바빠서 만화방을 못봐준다고

               그랬다. 할수 없이 내일은 문을 닫아야 하나... 그 백수녀석이 떠올

               랐다. 나쁜녀석같지는 않다. 아니 착한거 같다.

               그에게 내일 하루만 봐달라고 부탁을 해야 겠다.

 

백수 : 오늘 그녀가 내일 만화방 좀 봐달라고 했다. 기뻤다. 날 믿는다는 증거다.

       이일을 계기로 그녀와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오늘밤은 그녀생각에 잠이 오질 않는다.

 

만화방아가씨 : 그가 아침일찍 왔다. 제시간에 화장을 끝마쳤다.

               그에게 열쇠와 오늘 신간 값 치를 3만원을 맡겼다. 그가 어디가느냐

               며 물었다.

               날 아줌마로 아직 생각하고 있을까봐 선보러간다고 말했다. 내가 아

               줌마아닌게 그렇게 충격적이었나? 그가 씁슬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이제는 아줌마 소리는 안하겠지.. 그가  내얼굴을 이상한 눈

               으로 쳐다봤다. 화장이 잘못되었나..? 괜히 신경이 쓰인다.

 

백수 : 아침일찍 그녀의 만화방으로 달려갔다.

       뽀얗게 화장한 그녀 모습이 아름다웠다. 용기를 내어 어디가냐고 물었다.

       선보러 간다고 했다. 슬펐다. 미웠다. 밝히는 여자니 이번달내로 시집을 가버

       릴것 같은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렇게 생각하니 좀 진하다 싶게 화장한 그녀 얼굴이 꼭 헤픈 술집 여자같이

       보였다.

 

만화방아가씨 : 친구가 예쁜 드레스를 입고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하게 그 둘만의 인

               생길을 떠났다. 사랑하는 맘에서 꾸밈없이 나오는 행복한 웃음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수 없이 맑았고 아름다웠다.

               그런 그 둘앞에 내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축하는 해주었지만 왠지 내

               마음한구석이 공허하다. 만화방으로 돌아왔다.

               그백수가 내가 늘앉아 있던 자리에서 졸구 있었다. 내가 졸던 모습도

               저러했을까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그가 날 쳐다봤다.

               고마움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녀석이 날 보더니 "오늘 선본 남자가

               굉장히 맘에 들었나 보죠..?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네.." 대뜸 이렇게

               말했다. 저 백수녀석은 좀 좋아질려 하면 꼭 먼저 초를 친다.

               기분이 나빠서 다다음주에 시집갈 날을 잡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가 한참 머뭇거리더니 "그럼..으..하여간 시집 잘가쇼.. 아줌마..!

              그리고 오늘 번돈 8만 칠천 구백 구십원하구 아까 신간 값치루고 남은

               삼천오백원 여기 서랍에 넣어 두었소.. " 그리구선 홱 나가 버렸다.

               뭔가 급한 볼일이 있는걸까 아니면 내가 늦게와서 삐진걸까..?

               오늘 만화방 봐준거에 대한 고마움은 다음에 해야겠다.

               그백수녀석 여전히 속하나는 좁은거 같다.

 

백수 :그녀가 선본다는게 분했다. 어떤녀석이 만화책값으로 10원짜리 스무개를 냈다.

      열받는데 석유를 붓는거 같았다. 그중한개를 냅다 그녀석한테 던졌다.

      근데 이녀석이 쉽게  피해버렸다.  괜히 10원만 잃어 버렸다. 그녀 방을 살며

      시 열어 보았다. 깨끗하게 정돈된 자그마한 방이었다.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하루종일 그녀가  X나게 맘에 안드는 놈이 선보는 자

      리에 나오라 기도했다. 근데 뭐가 기분이 좋은지 그녀가 웃는 얼굴로 나타났다.

      절망의 벽을 느꼈다. 열받으니 말이 술술 나왔다.

      흑흑.. 그녀가 다다음주에 시집을 간댄다. 나는 어떡하라고 .. 눈물이 앞을 가

      려 정신없이 뛰쳐 나왔다. 내마음을 몰라주는 그녀가 너무 야속했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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