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2일 (일)
(백)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어 하느님 오른쪽에 앉으셨다.

유머게시판

[어린왕자]말[馬]

스크랩 인쇄

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1999-05-13 ㅣ No.404

Unitel 유머동에서 퍼왔습니다.

잔잔한 감동이 있네요...


게 시 자 :발간나라(남중현)       게시번호 :2261

게 시 일 :98/11/18 00:37:18  ]

 

 

 

 

"아이..씨..  저리 가!!"

 

"형..."

 

"너 이 새끼.. 저리 안비켜!!"

 

"이거 아빠가 나 사준거잖아..."

 

"에이!! 너 다 해.. 이 병신새끼야!!"

 

 

형이 던지고 간 장난감 말을 들고, 현이는 '따각 따각' 하며 놀다가 눈물을

 

글썽입니다..

 

어린 마음에도 '병신새끼'라는 말은 꽤 서러웠나 봅니다..

 

2년 전, 그러니까 현이가 5살 때 교통사고가 있었습니다..

 

현이는 그 때의 사고로 한 쪽 다리를 절게 되었고, 다리가 자유롭지 못하게

 

된 그 이 후 부터.. 현이는 말(馬)에 관련되는 모두를 좋아했습니다..

 

경마장이 있는 이 곳으로 이사온 것도 부모님이 현이의 그 맘을 헤아려주셨기

 

때문입니다..

 

잠시 눈물을 훔치던 현이는 서랍에서 아버지가 구해주신 군용 망원경을 꺼내

 

또 창가에 메달립니다..

 

경마장을 달리는 수많은 말 중에 현이의 마음을 사로잡은 하얀 말이

 

있었습니다..

 

망원경을 통해 그 말을 보고 있자면 그 말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듯 했고,

 

손을 내밀면 그 하얗고 멋진 갈기가 잡힐 듯 했습니다..

 

 

"현아~~"

 

"네!"

 

"응.. 여기 있었구나.. 형은??"

 

"몰라요.. 밖에 나갔나봐요.."

 

"그래.. 엄마 또 일 나가봐야겠다.. 오늘 회사가 야근이 있어서 못들어오니까..

 

 형아 찾아서 함께 있고, 아마 밤에 아빠 오실꺼야.. 심심하면 말 장난감

 

 가지고 놀고, 그림 그리고 그래라.. 알았지??"

 

"네.."

 

 

어머니가 외출하시고, 현이는 형을 찾기 위해 밖으로 나왔습니다..

 

 

"형아~~  형아~~  형~~"

 

"형, 어딨어~~"

 

 

훈이는 친구들과 건물 뒤에 숨어, 동생이 자신을 찾아 헤메는 모습을 보며

 

키득거리고 있습니다..

 

훈이의 마음은 훈이 자신도 알 수 없었습니다..

 

저렇게 절뚝이며 자신을 찾는 동생을 보면 측은한 마음도 들었지만..

 

그렇다고 친구들 앞에서 병신 동생에게 친절을 베풀기는 뭔가 창피하기도

 

했습니다..

 

 

"에이.. 저 병신새끼땜에 나 가봐야겠다.."

 

"그래.. 그리고 너.. 오늘 밤이야.. 오늘 밤 절대 잊지 마.."

 

"알았어.. 너야말로 잠자지 말고 꼭 나와.."

 

"응.. 알았어.. 어이, 병신새끼야~~ 너네 형 여기 있다~~"

 

 

현이는 건물 뒤의 형을 발견하고는 절뚝이며 다가옵니다..

 

하지만 표정이 그리 밝지는 않습니다..

 

 

"철수형.."

 

"왜?"

 

"나.. 병신새끼라고 부르지 마.."

 

"야, 임마!! 병신새끼를 병신새끼라고 부르지, 그럼 뭐라고 부르냐?"

 

"그래도.. 그러지 마.."

 

"병신.. 놀고 있네.. 훈아, 그럼 나 간다.. 있다가 밤에 보자.."

 

"응?..  응.. 그래.."

 

 

훈이는 앞장 서 집으로 향합니다..

 

나이도 어리고, 더군다나 다리마저 불편한 현이가 따라가기에는 너무

 

벅찹니다..

 

뒤에서 헥헥 거리는 동생의 숨소리가 가슴에 아립니다..

 

숨소리가 안들리게 더 빨리 훈이는 걸어갑니다..

 

 

"형.. 이 장난감 말 형 줄께.."

 

"너나 갖고 놀아, 이 병신 새끼야!!"

 

 

머쓱해진 현이는 장난감 말을 들고 '따각 따각 히이잉~~' 하며 놀아보지만

 

또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이상하게 다른 사람들이 병신새끼라고 하면 화가 났지만.. 형이 병신새끼라고

 

하면 눈물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현이는 다시 망원경을 꺼내 들고, 창가에 메달립니다..

 

저렇게 신나게 달릴 수만 있다면 눈물 따위나 흘리는 짓보단 훨씬 나을텐데..

 

 

"망원경 줘 봐.."

 

"응? 응.. 여기.."

 

"야~~ 저기 하얀 말 정말 멋지다.."

 

"그치, 형!! 저 말이 젤 좋아.. 저 말 사고 싶어.."

 

"병신새끼.. 저 말이 얼마짜린지나 알아??"

 

"몰라.. 얼만데??"

 

"만원도 넘어, 이 병신아.."

 

"만원.. 만원만 있음 좋겠다.."

 

"병신새끼.. 만원이 어딨냐.."

 

 

그 날 밤.. 잠이 들었던 현이는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눈을 뜨자 훈이가 외출준비를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형아, 어디 가??"

 

"잠이나 자, 병신새끼야!!"

 

"형.. 어디 가는데??"

 

"잠이나 자래두!!"

 

"싫어.. 나 혼자 있으면 무서워.."

 

"에이, 저 병신새끼.. 이불 뒤집어 쓰고 자.."

 

"형아.. 나 형 따라갈래.. 정말 무서워.."

 

"너 이 새끼.. 자꾸 그럴래??"

 

"정말이야.. 정말 무서워.."

 

 

정말 현이는 눈물까지 글썽입니다..

 

훈이는 난감해집니다..

 

왠지 현이를 혼자 두면.. 현이가 무서워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어?? 뭐야??"

 

"응.. 철수야, 영민아.. 미안하다.."

 

"야, 임마!! 현이를 왜 뎃꾸 와!!  다리까지 병신인 놈을!!"

 

"그냥 숨어서 망이나 보게 하면 되잖아.."

 

"형.. 뭐 할껀데??"

 

"도둑질.."

 

"응?"

 

"도둑질한다고 이 병신새끼야!!"

 

"현아.. 영민이형이 너 생각해서 하는 소린데.. 그만 집에 가라..

 

 도둑질하다가 걸리면 감방 가는거야.."

 

"형.. 도둑질 하지 마.. 응??"

 

"에이, 병신새끼.. 넌 여기 꼼짝말고 있어.. 알았어!!??"

 

"그런데 철수아.. 정말 초콜렛이 그렇게 쉽게 빠져??"

 

"그렇다니까!! 상자 손잡이 구멍으로 내 손이 쏙 들어가더라니까..

 

 더군다나 상자를 밖에 쌓아놓잖아.."

 

"걸리면 어떡하지??"

 

"걸리면 도망가야지!! 그 주인아저씨 달리기 무지 못할꺼야.."

 

"맞아!! 뚱뚱한 사람은 달리기 못한데.."

 

"좋아!! 걸리면 집하고 반대쪽으로 뛰는거다!! 그래야 더 안전할꺼야.."

 

"응.. 그래.."

 

 

결국 현이는 그 곳에 남고, 훈이와 영민이,철수 셋이서 저만치 보이는

 

슈퍼마켓으로 향합니다..

 

현이는 마음을 졸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순간,

 

 

"야이, 도둑놈들아!!!"

 

 

아저씨의 커다란 소리가 들렸고, 세 명의 도둑은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훈이는 죽어라 도망가며 머리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영민이 저 새끼.. 저기는 현이가 있는 곳인데.. 절로 도망가면 어떡해..'

 

 

현이는 오줌이라도 쌀 것처럼 겁이 났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있는 곳으로 달려오는 영민이와 주인 아저씨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순간 현이도 뛰기 시작했습니다..

 

힘차게 달리다 다리가 꺾이며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달리다가 계속

 

쓰러지며 손바닥과 무릎에선 피가 흘렀습니다..

 

다시 일어서려는데 커다란 손이 현이의 뒷목을 낚아챘습니다..

 

 

"잡았다!! 이 도둑놈새끼.."

 

 

현이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하고 울음만 날 뿐이었습니다..

 

훈이가 집에 도착했을 때.. 아버지가 계셨습니다..

 

아버지는 훈이를 보자 활짝 웃으셨습니다..

 

 

"훈아, 이제 오니?? 대체 어디 갔다가 온거야!! 그리고 현이는??"

 

"네?... 현이는... 몰라요.. 전 그냥 영민이네 있었어요.."

 

"뭐야?? 같이 안있었어??"

 

"네.."

 

"이런.. 이거 무슨 일이 생겼나보다.. 이거 찾아봐야겠는데.."

 

 

아버지는 2년 전 현이가 없어졌던 그 밤이 생각났습니다..

 

그 날도 현이를 찾아 헤메다 결국 교통사고로 수술중이라는 연락을 받아야

 

했습니다..

 

 

'안돼... 설마.. '

 

 

아버지는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다가 벨소리에 현관으로 부리나케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문을 열자, 손과 무릎이 까지고, 얼굴이 팅팅 부은 현이가 덩치가

 

커다란 아저씨와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니.. 현아!! 너 이게 어떻게 된거야.. 응??"

 

"네.. 저.. 이 아이 아버지 되시죠?"

 

"그렇습니다만.."

 

"네.. 저는 저기 삼거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오늘 일이

 

 조금 있었어요.."

 

"일이라니요?"

 

"음.. 이 아이가 오늘 슈퍼에서 물건을 훔쳤습니다.. 뭐 심각한 건

 

 아니지만.. 아버지는 알고 계셔야할 것 같아서요.."

 

"훔치다니요? 우리 현이가 도둑질을 했단 말입니까??"

 

"네.. 그래요.."

 

"현아.. 말 해 봐.. 니가 정말 물건을 훔쳤어?? 응??"

 

"흑.. 흑.. 으허엉~~~"

 

 

그 날 밤.. 현이는 마루에서 무릎을 꿇고 있어야 했습니다..

 

자꾸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 눈물은 꼭 억울해서 흘린 눈물이 아니었습니다..

 

달릴 수 없는 자신이 슬펐습니다..

 

경마장의 저 하얀 말처럼 달릴 수 없는 자신이 슬펐습니다..

 

그 하얀 말처럼 달리고 싶었습니다..

 

무릎을 꿇어도 통증이 안느껴지는 한 쪽 다리를 주먹으로 두들기며 현이는

 

계속 눈물을 흘렸습니다..

 

 

"훈아!!"

 

"네??..."

 

"훈아!! 현이 어딨어?? 응?? 현이 어디 갔어!!??"

 

"현이요?? 마루에 없어요??"

 

"이런.. 현아~~ 현아~~"

 

"아빠, 집에 없나 봐요!! 밖에 나가서 찾아요!!"

 

"그래.. 너도 같이 찾아보자.. 내 바지가.."

 

 

아버지는 바지를 입다가 주머니의 돈이 모두 없어졌음을 알았습니다..

 

 

"이럴수가.. 현이가 돈까지.."

 

"네??"

 

"내 주머니의 돈이 다 없어졌다.."

 

"아니예요!! 현이는 그런 애가 아니예요!!"

 

"응?  응.. 그래.. 니 말이 맞다.. 자, 어서 찾아보자.."

 

 

아버지와 훈이는 '현아~~'를 외치며 온 동네를 뒤졌지만 현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훈이는 계속 '현아'를 외치다.. 가슴위로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가

 

싶더니.. 이내 얼굴위로 뜨거운 물줄기가 흐르기 시작합니다..

 

 

"현아~~ 현아~~"

 

 

한 번 터진 울음은 그칠 줄 모르고, 울음에 섞여 목소리가 자꾸 작아집니다..

 

다시 울음을 꿀꺽 삼키고 또 힘차게 외쳐봅니다..

 

 

"현아~~ 현아~~~"

 

 

자꾸만 가슴이 막혀옵니다..

 

언제나 병신새끼라고 불러도 자신에겐 화 한 번 안내던 바보같은 현이의

 

얼굴이 떠올라 '현아' 라는 목소리는 자꾸 울음에 막혀버립니다..

 

 

'현아.. 현아.. 이 병신새끼야..'

 

 

그런데 순간, 언젠가 현이와 나눴던 대화가 생각납니다..

 

 

'형.. 저 하얀말이 얼만데??'

 

'만원도 넘어, 이 병신새끼야!!'

 

'만원이면 살 수 있어?? 만원만 있음 좋겠다..'

 

 

훈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납니다..

 

 

'이 병신새끼.. 이.. 병신같은 새끼.. 달리고 싶었으면 말을 했어야지..'

 

 

훈이는 경마장으로 달렸습니다..

 

있는 힘을 다해 달렸습니다..

 

마음껏 뛰놀지도 못했던 동생의 몫까지 달리고 싶었습니다..

 

달리다가 언덕에서 넘어졌지만 또 일어나 달렸습니다..

 

경마장 앞에서 부터 '현아~'를 외쳤습니다..

 

 

"현아~~ 형이야~~ 현아~~"

 

'현아.. 제발 대답해.. 여기 있잖아..'

 

"현아~~ 현아~~"

 

"형~~"

 

  .......

 

"형~~"

 

"현아!!!"

 

 

훈이는 소리나는 곳으로 달렸습니다..

 

어두운 한 쪽 구석에서 다리를 절며 나오는 현이가 보입니다..

 

훈이는 달려갔습니다..

 

얼굴의 땟구정물이 눈물과 범벅이 된 현이를 보곤 와락 끌어안았습니다..

 

그리고 한 동안 두 형제는 아무 말도 못하고.. 서럽도록 울기만 했습니다..

 

먼저 울음을 그치고 입을 연 건 훈이였습니다..

 

 

"너..  안 무서웠어??"

 

".... 무서웠어..."

 

"근데 왜 여기 계속 있었어..??"

 

"...."

 

"너.. 여기 말 사러 왔지??"

 

"응.."

 

"그래.. 말은 내일 사고.. 집에 가자.."

 

"아빠한테 혼날꺼야.."

 

"안 혼나.. 근데 지금 안들어가면 혼나.."

 

"어? 형.. 무릎이 다 까졌네??"

 

"어? 나도 몰라.. 어쨋든.. 자!!"

 

"어? 뭐야??"

 

"너, 말타고 싶잖아.. 빨랑 올라 타.."

 

"형.. 형 다쳤잖아.."

 

"이거 다친 거 아니야.. 빨랑 타.."

 

 

그 날.. 현이는 자신보다 한 뼘 만큼 큰 말을 타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 말은 체력이나 속도는 조금 딸렸지만.. 가장 포근하고 따뜻한

 

말이었습니다..

 

 

 

"훈아, 현아.. 엄마 일하고 올테니까, 잘 놀고 있어야된다.."

 

"네.. 엄마.."

 

 

엄마가 일나가고 훈이와 현이는 군것질을 위해 슈퍼마켓으로 향합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응.. 훈이, 현이 왔구나.. 그래.. 무릎은 다 낫지??"

 

"네.."

 

"그래.. 뭐 줄까??"

 

"미니샌드 주세요.."

 

"그래.. 자, 여기있다.."

 

 

슈퍼를 나와 집으로 향하는데.. 저 만치서 영민이와 철수가 다가옵니다..

 

 

"어? 훈아.."

 

"안녕!!"

 

"맛있겠다.. 근데 병신새끼하고 손잡고 다니네??"

 

 

그 날..  영민이와 철수는 훈이에게 코피나게 얻어맞고, 다시는 '병신새끼'

 

라는 말을 안쓰겠다는 맹세를 하고, 현이에게 다섯 번 큰 절을 하고 집으로

 

가야했습니다..

 

 

"형.."

 

"응??"

 

"그럼.. 이제 나 병신새끼가 아니고 뭐가 되는거야??"

 

"음..  넌 앞으로 병신새끼가 아니고 봉딱쉐이야.."

 

"봉딱쉐이는 뭔데??"

 

"좋은거야.. 이 봉딱쉐이야!!"

 

"형.. 고마워.."

 

"고맙긴.."

 

"형.. 내일이 빨랑 왔음 좋겠다.."

 

"왜??"

 

"아빠가 내일 경마장 데리고 간댔잖아.."

 

"아, 맞다!! 내일이 나두 빨랑 왔음 좋겠다.."

 

"히히.."

 

"에구.. 이 봉딱쉐이.."

 

 

 

 

                                           바알간 노을의 나라..



761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