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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묵주기도 학교: 마음의 기도, 묵주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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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주기도 학교] 마음의 기도, 묵주기도
희망의 어머니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희망이 허상이 아니며 우리를 실망시키지도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모든 이는 영원한 봄날에 꽃을 피우려고 태어납니다. 마지막 날에 우리는 이렇게 고백할 것입니다. ‘당신께서 함께하지 않으신 순간은 제 기억 속에 없나이다’”(교황 프란치스코, 「희망」).
2025년 정기 희년은 ‘희망의 순례자들’이라는 표어 아래 온 교회가 함께 걸어간 은총의 해였습니다. 희년은 언제나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열어 주시는 회복과 해방의 시간이며, 특히 이번 희년은 전쟁과 분열과 폭력으로 흔들리는 세계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희망이 무엇인지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희년 교서의 마지막 부분에서 희망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를 특별히 기억하며 감사드렸습니다.
“희망의 가장 탁월한 증언은 하느님의 어머니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예고하신 모든 것이 성취되도록, 마리아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협력하셨습니다. 사랑 때문에 겪는 슬픔의 고통 안에서 마리아께서는 우리의 어머니, 곧 희망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24항).
성모님은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실천과 사도적 활동에서 교회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신앙의 본보기입니다.(「교회헌장」, 64항 참조) 교회는 언제나 위기와 혼란 속에서도 성모님을 통해 희망의 길을 발견해 왔으며, 성모님의 동반은 지금도 우리 각자와 전 세계 교회 위에 놓여있는 큰 선물입니다. 성모님의 생애 전체는 희망을 품고 걸어간 하나의 여정이었습니다. 가브리엘 천사의 인사 앞에서 성모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Fiat)(루카 1,38)라고 하신 응답은 단순한 순명의 말이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희망의 최고 표양이었습니다. 이 응답은 성모님께서 하느님의 약속이 언제나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깊이 신뢰하셨기 때문에 가능한 고백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나자렛의 고요한 삶 속에서도, 베들레헴의 가난 속에서도, 갈릴래아의 기적과 환호의 날들 속에서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골고타의 깊은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았습니다. 성모님은 십자가 아래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신 유일한 분이셨습니다.
마음의 기도
성모님의 삶은 고난이 없어서가 아니라, 고난의 한가운데서도 하느님이 약속하신 구원의 여명을 끝까지 기다린 믿음 때문에 희망의 삶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도 성모님을 따라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희망을 지키고, 각자의 삶 안에서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응답하며, 고통 속에 있는 이들에게 희망의 표지가 되어야 합니다. 희망은 우리가 붙들고 유지해야 하는 감정만이 아니라, 성모님을 통하여 우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은총이며, 하느님께 대한 신뢰 위에서만 꽃피는 신앙 고백입니다.
“진정한 희망이란 어둠 속에 갇히지 않고, 과거에 발목 잡히지 않으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내일을 밝게 바라볼 줄 아는 마음의 힘입니다”(교황 프란치스코, 「희망」).
이처럼 희망은 내일을 향해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웁니다. 묵주를 손에 쥔다는 것은, “성령께서 내려오시고 우리 마음 안에서 활동하시며, 우리의 마음을 그리스도의 마음, 하느님 아버지의 마음으로 이끌어 들이도록”(카르투시오회, 「기도하는 교회」) 길을 여는 것입니다. 그래서, 묵주기도는 단순한 신심이 아니라, 성령께서 우리 마음 안에서 기도하시도록 자신을 내어 맡기는 행위이며, ‘삶을 지탱하는 내적 호흡’이자 ‘교회를 위한 끊임없는 전구의 행위’였습니다.
“묵주기도는 언제나 내 삶을 함께하는 기도입니다. 또한 단순한 이들과 성인들의 기도이기도 하지요. 묵주기도는 제 마음의 기도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2014년 5월 13일 강론’)
이 짧은 고백 속에는, 교황님께서 묵주기도를 삶의 중심이자 신앙과 사목의 중심으로 삼아 오셨다는 사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묵주기도는 교황님에게 위로의 기도였고,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는 고요한 관상의 시간이었으며, 교회와 세상을 위해 늘 기도하시는 성모님께 자신을 맡기는 신뢰의 고백이었습니다. 이렇게 ‘마음의 기도’라고 부른 묵주기도 안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마음을 만나고, 그분의 마음 안에서 비로소 우리 자신을 알아가며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배웁니다.
단순한 이들의 기도
앞에서 교황님이 언급하신 ‘단순한 이들’이란, 마음이 가난하고 겸손하며, 하느님 앞에서 있는 그대로 자신을 내어놓는 이들을 뜻합니다. “마음이 가난하고 깨끗한 사람들”(마태 5,3.8. 참조)처럼, 하느님을 찾는 순수한 이들, 스스로의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에 의지하는 이들입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고, 하늘 나라를 얻게 됩니다. 묵주기도는 바로 이러한 이들의 기도이자, 희망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자신을 맡기며 매일의 삶을 살아내는 교회의 보편적 기도입니다.
어떤 나이이든, 어떤 처지에 있든, 어떤 언어를 사용하든, 어떤 상황을 살아가든, 우리가 묵주를 손에 드는 그 순간 성모님께서는 우리를 당신과 함께 그리스도의 구원 신비 안으로 이끄십니다. 묵주기도가 곧 성모님께서 걸으셨던 희망의 여정을 우리도 함께 걷게 해 주는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희망하는 이는 묵주를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희망의 어머니께서 함께하신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희망은 현실을 부정하는 낙관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역사의 주인이심을 신뢰하는 마음의 힘이며, 이 마음의 힘을 가장 깊은 곳에서 지탱해 주는 샘이 바로 묵주기도입니다. 묵주기도는 희망을 간직한 마음이 그리스도의 마음과 일치되어, 그 안에서 사랑을 배우는 길입니다.
그러므로 묵주기도는 성인들의 기도이자, 교황들의 기도이며, 가난한 이들의 기도이고, 병자와 고통받는 이들의 기도이며, 길을 잃은 이들의 기도이고, 다시 시작하려는 이들의 기도입니다. 동시에 묵주기도는 교회의 모든 자녀를 하나로 잇는 사랑의 사슬, 하느님 백성을 묶어 주는 사랑의 끈입니다. 각자의 손에서 오래 닳은 묵주는, 희망이 단지 말이나 위로의 표현이 아니라 삶으로 실천한 신앙 고백이었음을 보여주는 가장 아름다운 표징입니다.
[성모님의 군단, 2026년 2월호, 박상운 토마스 신부(전주교구 사목국장)] 0 11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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