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梅一生寒 不賣香 [매화는 평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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梅一生寒 不賣香 [매화는 평생을 춥게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외국에 10여 년 살았다. 귀국하기 며칠 전 그간 신세진 여기저기로 귀국인사를 다닐 때 아내가 자원 봉사하던 수녀원엘 갔다. 귀국인사를 하며 나는 자랑스레 말했다. 십여년동안 이국에 살며 메디칼, 메디케어도 없이 건강하게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귀국하게 된 것은 아마도 나에게 행운이 따랐나 보다며 인사를 했다. 그러자 내 얘기를 잠잠히 들으시던 노수녀께서 온화한 미소를 띠시며 그러나 단호히 말씀 하셨다. 그건 그렇지 않아요. 너무 안이한 생각이예요, 여기 있는 나는 물론이고 그밖에 많은 분들의 기도가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생각하기는 고사하고 마음조차 두지 않았는데,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신 분들이 있었다니, 순간 고마움과 무안함에 가슴이 미어져 왔다. 그때 까지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모든 이유를 대신하던 내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었고, 시공을 넘나든 믿음의 힘과 신앙의 신비에 외경심을 갖게 되었다.
멜팅팟. 인종의 용광로라고 불리는 이곳에서 모든 것이 생소해서 좀처럼 가까워 질수 없을 것 같은데 데자뷰처럼 친근하게 다가와 잊혀 지지 않는 라티노 이름이 있다. 그 이름은 사제 세르지오 구티에레스. 그가 링에 오르자 관중은 기립박수로 그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표현했다. 그리고 박수가 잦아들 즈음 수도사의 폭풍이 천천히 황금가면을 벗었다. 그것은 23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였다. 마침내 황금가면을 벗은 마법사의 폭풍 역시 감격에 젖어 울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작은 카톨릭교회의 사제인 세르지오 구티에레스 입니다. 프로 레슬링을 하는 동안 착한 우리 고아들을 잘 키워낼 수 있었고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어 더없이 행복했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한동안 정적이 이어졌고, 곧이어 또다시 뜨거운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세르지오 구티에레스 사제는 23년동안 사제신분을 감추고 프로 레슬링 무대에 올랐고 그 수익금으로 3000여 명의 고아를 돌봐왔던 것이다. 한 작은 성당 사제가 신분을 감추고 프로 레슬링 무대에 올라 수많은 아이들을 먹여 살린 실화다.
한 군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요즘처럼 사고가 잦은 이런 DMZ같은 데는 더욱 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인생의 황금기인 20대를 이런 곳에서 지내야 한다니 한심스러웠습니다. 군인은 돈 없고 빽 없는 부모를 원망했습니다. 또 입대하자마자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영자를 저주했습니다. 켜자마자 꺼져버린 전구같은 내 청춘을 누가 보상해 주겠습니까? 그러던 어느 날, 군인은 깊은 숲 속으로 수색을 나갔다가, 예전에 미쳐 본적이 없는 아름다운 꽂을 보았습니다. 아! 이렇게 아름다운 꽂이 왜 그런 곳에 피어 있는가? 왜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저 혼자 피었다가 죽어야 하는가? 하는 화두를 가지고 번민 하던 중, 에머슨의 시 [나를 그곳에 데려다 주신 힘이, 나를 그곳에 피게 하였다] 를 읽고 난 군인의 인생은 달라졌습니다. 그 후 그 군인은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도와주고 사랑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고,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영자에게도, 더 튼튼하고 강한 사람이 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군인을 그곳에 데려다 주신 힘은 바로 하느님 이셨고, 이렇게 변한 삶을 보신 하느님께선 보셔서 좋으셨을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건축현장은 노가다라고 해서 비하해서 부르는데, 이곳 또한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민족 노동자를 부려 작업을 하자니 풍습도 다르고 대화 역시 껄끄러운데, 어찌 잡음도 없고 탈 또한 없겠습니까? 아무튼 지난 연말 라티노 직원 한 명이 암으로 요양 중 사망했다고 합니다. 사장은 병원으로, 퇴원한 후에는 집으로 병 문안을 다녀오고 하였는데, 년 말 먼 고국으로 긴 여행을 다녀오니 그사이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어제, 뜬금없이 편지 하나가 배달 되었는데, 그 편지 속에는 콧수염이 난 생전의 알바라도라는 이름의 라티노 사진이 들어있고, 사진 뒤에는 서툰 스페인어로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고 합니다. [좋은 사장 만나 그 동안 감사했다. 나는 네가 믿는 예수를 믿기로 했다.] 서툴게 쓰여진 몇 자의 글자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편지를 읽으며 사장은 울었다고 합니다. 강요하지 않고서도 예수님 앞으로 인도할 수 있는 이러한 삶을 하느님 께서도 보시기가 좋으셨을 것입니다. 금년 예순 세 살의 한국인은 아내를 죽인 살인범이 DNA검사로 판명 됐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단돈 75달러를 훔치기 위해 단란했던 한 가정을 불행으로 내몬 살인범을 공판정에서 대면한 이 남자는 [아내를 잃은지 10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드디어 아내에게 안녕을 고할까 했는데 불행히도 그러질 못할 것 같다고 흐느끼며, 범인 휴즈는 죽어 마땅한 짓을 했다고 생각 했지만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아내는 이미 하늘에서 그를 용서하고 있었을 것 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진정 하느님께서도 보시기가 좋으셨을 우리주변 사람들의 삶이 이야기는 나에게 용기와 자부심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천주의 성모여! 늦게나마 행복의 지름길을 찾았는데 굳이 먼 길을 우회 하겠습니까? 이제라도 아집을 버리고 빈 마음을 사랑만으로 채우게 하소서. 그리하여 못다한 가족사랑의 중심에 제가 서 있게 하시고, 따뜻한 우리 집 창 밖의 추운 이웃에 대한 사랑에도 모른 척 하지 않게 하소서. 또한 저로 하여금 인생의 황혼이라는 간이역을 지나며, 노욕에 눈이 멀어서, 행여 상한 갈대도 꺾는 일은 없게 빌어 주소서. 하여 어두운 새벽이어도 당신이 오는 발자국 소리에만 귀 기우리며,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梅一生寒 不賣香 [매 일생한 불매향] 매화는 평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음을 잊지 않고 기억하게 하소서. 천주의 성모여, 인자하신 모후여.]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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