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8일 (목)
(녹) 연중 제8주간 목요일 스승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 기념일

스크랩 인쇄

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02:22 ㅣ No.189816

스페인 몬세라트 수도원에 머물며 이 고요함 속에서 기도하다 보니, 세상의 소란과는 전혀 다른 하느님의 시간 안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전쟁과 갈등으로 시끄럽지만, 이곳의 침묵은 오히려 더 분명하게 우리에게 묻습니다. “너는 무엇을 믿고, 무엇을 전하며 살고 있는가?” 최근 우리는 전쟁의 소식을 들으며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교황님께서는 평화를 위한 밤샘 기도를 요청하셨습니다. 그 모습은 사도행전의 베드로를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활을 체험한 제자는 더 이상 두려움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교황 바오로 6세 역시 그러한 증인이었습니다. 교황님은 유엔에서 전쟁은 더 이상 안 됩니다.”라고 외치며, 평화의 복음을 세상 한가운데 선포하였습니다. 어느 동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주일 오후, 성당에서 나온 신자들이 거리 한쪽에 작은 탁자를 펼쳐 놓고 거리 선교를 하고 있었습니다. “천주교를 알려드립니다.”라는 책자와 입교 신청서를 정성껏 준비해 두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차가웠습니다. 바쁜 걸음으로 지나가거나, 손사래를 치며 외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선교하는 분들도 점점 목소리가 작아지고, 표정에는 조심스러움과 망설임이 묻어났습니다.

 

그런데 길 건너편에서는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한 약 장수가 큰 소리로 사람들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이 약 하나면 피로가 싹 풀립니다! 관절이 좋아집니다!” 과장된 몸짓과 확신에 찬 목소리로 사람들을 끌어모았습니다.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그쪽으로 몰려들었고, 웃고 떠들며 약을 사기까지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거리 선교를 하던 분들은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전하는데, 왜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을까?’ 결국 몇 사람이 용기를 내어 약 장수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참된 생명의 길을 전하는데도 사람들이 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약을 파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때 약 장수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실 이 약이 그렇게 좋은 약은 아닙니다. 나쁘지도 않지만, 특별히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저는 이 약을 정말 좋은 약이라고 믿고, 그렇게 확신을 가지고 말합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정말 좋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왜 그렇게 자신 없어 보입니까?”

 

이 짧은 이야기는 우리 마음을 깊이 흔듭니다. 내용의 진실함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전하는 사람의 태도와 확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줍니다. 현대 사회는 정보보다 신뢰를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임마누엘 칸트는 인간의 이성이 진리를 향한다고 보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이성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누가 말하는가?’, ‘어떤 태도로 말하는가?’를 통해 진실을 판단합니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확신 있게 전해질 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기도하며 청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이미 받은 줄로 믿어라.” 이것은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하느님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확신을 요구하는 말씀입니다.

 

베드로 사도는 바로 그 확신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더 이상 두려움에 흔들리지 않았고, 세상의 위협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신앙인의 태도입니다. 오늘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복음을 전할 때 어떤 모습인가?” 혹시 우리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을 전하면서도, 세상의 시선과 반응을 먼저 생각하며 주저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대인은 스승보다 증인을 더 믿는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더 많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더 확신 있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몬세라트의 고요함 속에서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내가 너와 함께 있다.” 이 확신이 있을 때, 우리는 어디에서든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세상에서 뽑아 세우신 이유는 분명합니다. “가서 열매를 맺어라.” 그 열매는 바로 믿음의 확신에서 시작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34 1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