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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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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중에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났습니다. 친구들의 얼굴을 바라보니 어느새 50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머리에는 흰 서리가 내렸고,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자리 잡았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만큼은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학창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31년 동안 같은 직장에서 일한 친구는 해외 주재원으로 지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자동차 딜러를 하는 친구는 요즘 경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조경과 토목 일을 하던 친구는 잠시 쉬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전자과를 졸업한 친구들은 지금도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본당 사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친구들의 삶은 서로 달랐습니다. 어떤 친구는 한 직장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고, 어떤 친구는 사업을 하며 경기의 흐름을 온몸으로 겪었습니다. 어떤 친구는 여전히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고, 어떤 친구는 잠시 일을 내려놓고 새로운 시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주어진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한 친구가 제가 미국에서 산다고 하니 물었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란과 전쟁을 하는가?” 성직자인 제가 국제 정치의 복잡한 원인과 결과를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다만 산책하면서 들었던 강의의 내용을 간단하게 이야기하였습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에 미국은 세계 경제를 미국 주도로 재편하였습니다. 그 핵심은 ‘금본위제’였습니다. 미국의 달러를 국제통화로 유통하면서 상대국이 미국의 달러를 가져오면 그에 상응하는 금을 주는 정책입니다. 달러가 많이 유통되면서 미국은 더 이상 금본위제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대신에 미국은 세계 경제의 큰 축인 에너지의 판매를 달러로 하는 ‘페트로 달러’ 정책을 추진하였습니다. 이로써 미국의 달러는 기축통화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중동의 산유국은 막대한 이익을 얻고, 그렇게 얻은 달러로 미국의 무기를 구매하고, 미국의 기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대신에 미국은 중동의 산유국에 미군기지를 세우고, 군사적으로 지켜주었습니다. 만약 페트로 달러 체제가 흔들리면 미국의 경제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전쟁은 겉으로 드러난 이유만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이면에는 에너지와 경제, 안보와 패권, 역사와 종교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작은 갈등이 세계 경제를 흔들고, 먼 나라의 전쟁이 우리의 기름값과 물가에 영향을 줍니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쪽에서 일어난 작은 날갯짓이 먼 곳에서는 큰 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세상의 일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 나라의 선택이 다른 나라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한 사람의 결정이 가족과 공동체의 미래를 바꾸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성모님의 탄생은 세상을 뒤흔드는 거대한 사건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 아기가 어느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날 세상의 황제들이 관심을 가졌던 것도 아니고, 역사책에 기록될 만한 정치적 사건이 일어난 것도 아닙니다.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한 여자아이의 탄생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눈에는 달랐습니다. 마리아의 탄생은 인류 구원을 위한 조용한 준비였습니다. 마리아를 통하여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셨고, 예수님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이 우리에게 전해졌습니다. 세상은 권력과 전쟁을 통해 역사가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만, 하느님께서는 한 사람의 믿음과 순종을 통해 구원의 역사를 이루십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족보와 탄생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족보 안에는 훌륭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믿음이 깊은 사람도 있었고, 인간적인 욕망과 잘못에 빠졌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성공한 왕도 있었고, 실패한 왕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부족함과 상처까지도 구원의 역사 안에 받아들이셨습니다. 요셉 역시 처음에는 마리아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두려움과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요셉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요셉은 모든 것을 이해한 다음 순종한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을 믿었기 때문에 받아들였습니다. 마리아도 앞날을 모두 알고 “예”라고 대답한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함께하신다는 것을 믿었기에 자신을 내어 맡겼습니다. 그렇게 마리아와 요셉의 작은 순종이 인류 구원의 문을 열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그들의 평범한 삶 안에도 수많은 희생과 선택, 눈물과 기쁨이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런 평범한 삶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십니다. 마리아의 탄생이 처음에는 평범한 한 아기의 탄생처럼 보였지만 구원의 시작이 되었듯이, 우리의 작은 친절과 관심, 기도와 희생도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희망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전쟁과 권력은 세상을 크게 흔들지만, 세상을 진정으로 변화시키는 힘은 사랑입니다. 거대한 폭풍은 두려움을 주지만, 사랑으로 시작된 작은 날갯짓은 위로와 평화의 바람을 일으킵니다. 오늘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을 지내면서 우리도 성모님의 눈과 마음을 닮으면 좋겠습니다. 필요한 것을 먼저 알아보는 눈,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 하느님의 뜻에 기꺼이 응답하는 용기를 청하면 좋겠습니다.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 임마누엘은 번역하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라는 뜻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 번호 | 제목 | 등록일 | 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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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과 압제 가운데서도 주님의 말씀을 사랑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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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9 | 김중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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