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2일 (금)
(백)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사제 성화의 날)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다.

한국ㅣ세계 교회사

[한국] 다시 읽는 달레의 한국천주교회사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11-27 ㅣ No.1771

[돌아보고 헤아리고] 다시 읽는 달레의 『한국천주교회사』

 

 

한국교회사연구소는 올해 설립 6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연구소의 지난 시간을 정리하고, 도약을 위한 발돋움을 하고자 우리는 샤를르 달레(C.C. Dallet, 1829~1878)의 『한국천주교회사』를 다시 보고자 합니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인 1874년, 프랑스를 비롯한 구미 여러 나라와 일본, 중국에 이르기까지 극동에 자리한 작은 나라 ‘조선’에 주목하게 만들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이여, 그대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이 조선의 역사를 두 권의 책으로 엮음으로써 그들의 뒤를 훌륭히 따랐습니다. ⋯ 이 나라와 그 풍속, 종교, 언어, 통상에 관하여 오랜 탐구와 총명한 관찰로 밝힐 수 있는 것을 모두 수집하고 정리하였으니 그대는 이렇게 함으로써 학문에 선물을 가져다준 것입니다(교황 비오 9세(Beatus Pius PP. IX, 재위 1846~1878)의 축사).”

 

이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천주교회사를 서양에 소개한 최초의 역사서로, 출간 직후 영국, 러시아, 네덜란드 등지에서 번역되고, 일본에서는 1876년에 서설(序說)만 『조선사정(朝鮮事情)』으로, 중국에서는 1879년 『신록고려주증(新錄高麗主證)』으로 번역되어, 한국에 대한 인식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한국은 이보다 조금 늦은 1885년부터 한글로 번역되기 시작하여 1906년부터 『보감(寶鑑)』에 「대한성교사기」라는 제목으로 연재됩니다. 이후 현대어에 의한 새 번역 작업을 하였으나 완역에 이르지 못한 채 중단되었습니다. 이에 한국교회사연구소는 완역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1976년 1월부터 소장 최석우 신부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 교수 안응렬이 번역 작업에 뛰어들어, 1979년에 『연구총서 제2집-한국천주교회사』 상권을 발행하였고, 1980년에 중권과 하권을 연이어 발행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쓴 달레 신부의 정보를 파리외방전교회의 프랑스-아시아 연구소(IRFA)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면 그가 머리에 터번을 쓰고, 코가 뾰족하게 들린 신발을 신고, 인도 전통 의상을 두르고 있는 사진이 등장합니다.1) 그는 조선에 한 번도 와 본적 없는 인도 파견 선교사였던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조선에 대하여 그토록 자세히 서술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바로 파리외방전교회 고문서고에 소장되어 있었던 다블뤼(M.N.A. Daveluy, 1818~1866) 주교의 원고와 조선 선교사들의 서한과 보고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석우 몬시뇰은 달레 신부와 더불어 다블뤼 주교도 『한국천주교회사』의 공동 저자로 불릴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2) 서설의 3분의 2가 다블뤼의 비망기와 서한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다블뤼 주교는 박해시기 조선에 입국한 선교사 중 가장 오랜 기간 조선교회를 위해 헌신한 사제입니다.3) 그는 직접 지방을 다니며 신유박해(1801), 을해박해(1815), 정해박해(1827), 기해박해(1839)의 목격 증언을 수집하여 『조선 주요 순교자 약전(Notice des principaux martyrs de Corée)』, 『조선사 서설 비망기(Notes pour l’introduction à l’histoire de Corée)』, 『조선 순교사 비망기(Notes pour l’Histoire des Martyrs de Corée)』를 완성하였습니다. 이들이 파리 본부로 보내져 『한국천주교회사』의 기본 자료가 된 것입니다. 물론 비망기와 선교사들의 서한에 산재해 있던 자료들을 일목요연하게 분류하고 종합하여 항목별로 체계화한 것은 달레 신부의 업적입니다. 하지만 『한국천주교회사』는 한 사람의 노고만이 아니라 박해시기 조선의 역사와 조선 순교자들의 행적에 대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기록을 남기고자 애썼던 선교사들과 이를 도왔던 조선 신자들의 땀과 노력이 한데 어우러져 탄생한 것입니다.

 

한국교회사연구소는 설립 6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 교회를 처음으로 세계에 알린 역사서인 『한국천주교회사』의 새 역주본 작업을 하였습니다.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반영하여 각주를 추가·수정하고, 오역을 바로잡고, 현대 우리말 맞춤법으로 변경한 새 역주본으로 연구자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달레 신부가 머리말에 밝힌 바와 같이 한국교회를 위하여 더 큰 열성을 가질 수 있는 마음을 우리 안에 불어넣어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1) 달레 신부는 1829년 프랑스의 랑그르에서 태어나 1852년 사제로 서품된 후 인도로 파견되어 사목하다가 1867년 병으로 인해 프랑스로 귀국하였고, 1872년부터 한국 천주교회사의 저술을 시작하여 1874년 『한국천주교회사』를 간행하였다.

 

2) 최석우, 「달레 저 한국천주교회사의 형성과정」, 『교회사연구』 3, 한국교회사연구소, 1981.

 

3) 다블뤼 주교는 파리외방전교회 소속으로 1845년 조선에 입국하여 1866년 병인박해 때 순교할 때까지 21년간 조선교회를 위해 헌신했다. 1857년 베르뇌 주교로부터 계승권을 가진 부주교로 임명되었으며, 베르뇌 주교 순교 후 조선교구의 제5대 주교가 된 지 21일 만에 순교하였다.

 

[교회와 역사, 2024년 10월호, 글 남소라 모니카(한국교회사연구소 책임연구원)] 



392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