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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ㅣ세계 교회사

[한국] 한국 교회의 단체: 천주교 아버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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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11-27 ㅣ No.1767

[한국 교회의 단체 · 10] 천주교 아버지학교

 

 

탄생 배경과 창립 : 교회사적 맥락에서의 의미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든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이다. 인간은 자신의 부모에게서 가장 큰 영향을 받으며 성장하기에 아버지·어머니의 인품과 성숙도는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모든 이가 알고 있듯이 좋은 아버지와 어머니로 사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따뜻한 이미지의 어머니와는 달리 무섭고 엄한 이미지의 아버지는 자칫 자녀들과 관계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올바른 아버지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아버지로서 역할, 영향력 등을 잘 모르는 것과 연관이 깊다. 이런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신앙에 기반한 올바른 아버지상을 정립하고, 건강한 아버지로서 정체성과 역할을 다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확산시킨 단체가 ‘아버지학교’이다. 이 단체는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는 가정의 문제이며, 이 문제는 아버지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하여 가정을 성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 사회에까지 복음적 삶을 확산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한국교회에서 아버지학교의 출발은 2006년 4월 8일 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가 실시한 ‘성 요셉 아버지학교’ 프로그램이다. 6주 과정이었는데, 아버지의 정체성을 되돌아보고 성가정의 아버지 성 요셉을 통해 건강한 아버지상을 찾는 가정 성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1) 이후 아버지학교는 빠른 속도로 전국 교구로 확산되었다. 2006년에 대전·제주·청주교구가 ‘아부지학교’, ‘성요셉학교’ 등의 이름으로 프로그램을 마련해 신자들의 큰 호응을 얻은 데 이어 2007년에는 광주·대구대교구와 인천교구가 아버지학교를 열었다. 2008년에는 의정부·마산교구도 시작하였다.2) 이렇게 활성화된 아버지학교로 인해 2008년 2월에는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연수에서 각 교구의 가정 사목 담당자들이 아버지학교 프로그램 워크숍을 갖고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 바도 있다.3)

 

서울대교구 아버지학교는 다른 교구보다 늦은 2010년 1월 27일에 설립되었다. 당시 이미 10개 교구(광주, 대구, 대전, 마산, 수원, 의정부, 인천, 전주, 제주, 청주)에서는 나름대로의 특성과 교육 과정을 갖춘 아버지학교가 운영되고 있었으나 서울 지역은 전무한 상태였기에 뜻을 함께하는 몇몇 형제들이 2008년 4월부터 논현동 본당 주임 신부의 재가를 받고, 지도 사제로 모신 후 평신도가 중심이 되어 아버지학교의 개설과 운영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였다.4) 이들은 의정부교구를 모델로 삼아서 개설 초기에는 ‘의정부교구 아버지학교 운영위원회‘의 적극적인 자문과 지원을 받았다. 그리고 2008~2009년에 의정부교구 아버지학교(제1~5기)에 논현동 본당 교우 25명을 파견하여 실질적인 봉사자를 양성함으로써 2009년 8월 30일 논현동 성당에서 천주교 서울아버지학교 제1기를 개설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천주교 서울아버지학교5를 설립하였다.

 

 

 

 

현재 활동 : 현재 세상과 교회의 상황에 대한 응답

 

2010년 ‘아버지학교’ 운영위원회는 성가정 운동의 정착과 올바른 아버지상의 정립에 기본 바탕을 두고 설립한 ‘아버지학교’의 실천 과제로 ① 성령을 통한 전교 운동, ② 성가정 운동, ③ 삶의 실천 운동을 제시하고 있다.6) 그리고 구체적인 교육 내용은 매주 토요일 또는 일요일에 한 번씩 총 5회 5주간 운영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제공된다.

 

‘아버지학교’는 일방적인 강의로 지식을 전달하는 학교가 아니라, 다섯 가지 중요한 주제를 선정하고 매주 한 가지 주제를 집중적으로 배우고 자신의 체험과 만나가게 하여 새롭게 이해하며 살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위해 주제 강의뿐 아니라 조별 작업, 조별 나눔과 전체 나눔, 봉사자 체험 나눔, 찬양과 영상물 시청, 예식, 과제 등을 통해 각 주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치밀하게 연결하여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또한 프로그램을 잘 준비하기 위해서 프로그램 개설 3주 전부터 봉사자들이 모여 총 8회에 걸친 준비 기도 모임을 한다. 이 모임을 통해 봉사자 중에서 진행자, 조를 이끌 조장 등을 선임하고 함께 기도하면서 사전 점검을 한다.

 

프로그램은 1회에 5~6시간 동안 진행된다. 5주간 진행되는 매회의 주제는 ① 아버지와 나, ② 아버지의 화해, ③ 아버지의 사명, ④ 아버지의 영성, ⑤ 아버지와 가정이다.7 첫 주제인 ‘아버지와 나’는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돌아보고 좋은 아버지, 좋은 남편, 훌륭한 가장으로 살아갈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는 시간이다. 둘째 주제인 ‘아버지의 화해’는 자신과 관계 회복, 가족과 관계 회복을 이루려는 과정으로 화해를 배우는 시간이다. 셋째 주제 ‘아버지와 사명’에서는 아버지의 역할과 사명, 리더십에 대해 생각해 보며, 넷째 주제 ‘아버지의 영성’에서는 올바른 영성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예수님을 본받는 올바른 아버지로서의 삶을 배운다. 마지막 주제인 ‘아버지와 가정’은 교육에 참여한 아버지들이 각자 자신의 가정으로 파견되는 시간으로서 가족들을 초대하여 서로 감사와 축복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8) 각 주가 끝날 때 제시되는 숙제는 아버지에게 편지쓰기, 가족들과 축복 기도 및 포옹하기, 아내에게 편지 쓰기 등 다양한 것이 제시되는데 모두 배운 내용을 통해 가족들과 관계를 새롭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아버지학교 프로그램은 2009년 8월 30일 서울대교구 논현동 성당에서 제1기를 개설한 이후 2024년 7월 현재까지 38기를 개설하여 총 2,397명이 수료하였다. 수료자 중에는 비신자와 타종교 신자 251명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아버지학교’가 가톨릭 신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모든 이를 대상으로 하기에 가능하다. 그렇기에 비신자를 대상으로 전교하는 효과도 있다.

 

아버지학교는 2013년 1월 서울대교구 단체 승인(담당 사제 : 김덕근 요셉9)을 받고 같은 해 2월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에 가입하였다. 이 단체는 기본적으로 아버지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에게 회원 자격을 준다. 교육의 감동과 감사함을 후배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회원은 봉사자로 활동하면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간다. 봉사자 중 일부는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아버지학교’ 전반의 활동을 조율하고 책임진다. 운영위원회(임기 2년)는 위원장 1명, 부위원장 1명, 감사 1명, 분과장 9명으로 구성된다. 운영위원회는 월 1회 정기적 회의를 통해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함께하고 책임을 나눈다. 아버지학교의 또 하나의 특징은 수료자 모임이다.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참여자들은 기수장과 조장을 뽑는다. 기수장과 조장을 중심으로 모임을 만들고, 프로그램 수료 이후에도 모임 안에서 교육받은 내용을 지속적으로 살기 위해 서로 체험을 나누며 격려하는 시간을 갖는다. 더 나아가 본당 안에 ‘좋은 아버지 모임’을 만들어 남성 신자들의 신앙을 돕는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수료자 모임은 보통 1~2개월에 한 번 정도로 이루어지며, 잘되는 경우 10년 이상 지속된 모임도 있다. 이외에도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오후 4시 아버지학교 수료자 가족 미사가 있으며, 연 1회 수료자 피정과 연 1회 이상 봉사자 워크숍을 통해 서로 단합하고 정체성을 다지는 시간을 갖는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많은 교육 프로그램과 모임들이 침체되는 어려움을 겪었는데 ‘아버지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온라인을 통해 수료자 모임과 봉사자 모임을 이어갔고, 지난 10년 동안 사용해온 교재를 새롭게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하여 새 교재를 2022년 8월에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앞으로의 전망 : 하느님의 뜻을 따라 나아갈 방향

 

‘아버지학교’가 서울대교구에서 활동한 지도 어느덧 15년이 되었다.10) 그동안 많은 수료자가 나왔고 가정 사목에 중요한 기여를 했지만, 여전히 할 일은 많다. 그사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도적 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2016)이 발표되었다. 이 문헌은 전 세계 교회가 ‘가정’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복음 안에서 바라보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사랑의 삶을 살도록 촉구한다. 아버지학교는 가정 안에서 실제로 사랑을 체험하고 살아가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아버지들의 역할임을 알고 앞서서 준비한 단체이다. 이렇게 미리 애써온 아버지학교는 향후 어떤 발전 방향을 갖고 있을까?11) 이들은 전국에 있는 천주교 아버지학교들이 교류를 강화하여 서로의 지혜를 나누고 힘을 모으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서울대교구·수원교구·의정부교구의 아버지학교들은 같은 교재를 갖고 교육하는 등 이미 연대를 통해 서로를 지원하면서 성장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본당을 넘어서 지구별로 진행하는 교육이 열리기를 바란다. 오랫동안 본당을 대상으로 교육했으나, 지구 차원에서 참여자들을 모아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더 많은 이들에게 교육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명동처럼 교통이 좋은 곳에 상설 교육장이 있어서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를 희망한다. 또 한 가지 이들의 꿈은 아버지학교 수료자들이 본당 단체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본당에 수료자들의 모임이 생기면, 이 모임에 젊은 형제들이 함께하면서 본당의 형제 모임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학교’ 구성원들이 이런 희망을 품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예수님의 삶이 모든 아버지의 표상이며 아버지들의 변화와 성장이 결국 가정과 세상의 ‘복음화’에 중요한 요소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소명 의식을 갖고 이들은 걸어온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걸어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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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톨릭신문』 제2496호(2006년 4월 16일)

 

2) 『가톨릭신문』 제2589호(2008년 3월 9일) 기사를 보면, 각 교구는 여건에 따라 6주 혹은 1박 2일 과정으로 교구의 교육 시설이나 각 본당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또한 몇 가지 특징을 열거하고 있는데, 첫째는 각 교구 아버지학교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개최되며 활성화되고 있는 점, 둘째는 아버지학교를 수료한 이들이 주축이 되어 마련한 후속 모임이 아버지학교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점, 셋째는 일선 본당의 아버지들을 ‘찾아가는’ 교육으로 바뀌고 있는 점 등이다.

 

3) 『가톨릭신문』 제2589(2008년 3월 9일).

 

4) 천주교 서울대교구 아버지학교는 홈페이지로 다음 카페를 이용하기에 회원 가입하면 카페에 있는 단체 소개 글을 볼 수 있다. 홈페이지에 실린 소개 글 ‘1. 설립 배경’ 참조(https://cafe.daum.net/whdmsvkvkemf/8fZi/25).

 

5) 2013년 2월 25일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가입을 기점으로 ‘천주교 서울대교구 아버지학교’로 명칭이 변경된다. 이후 이 글에서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아버지학교’를 ‘아버지학교’로 약칭해서 사용하겠다.

 

6) 1. 성령을 통한 전교 운동 : 단순히 건전한 가정을 위한 사회 프로그램이 아니라 성령을 통하여 주님의 사랑을 느끼고, 주님의 사랑을 통하여 가정의 평화와 행복이 존재한다는 점을 일깨운다. 2. 성가정 운동 : 가족의 해체, 가정의 부재라는 현대 사회의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건강하고 올바른 가정의 리더가 필요하며 그 적임자는 바로 아버지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3. 삶의 실천 운동 : 아버지학교에서 배운 것을 나의 삶 안에서 실천하고, 새로운 아버지학교를 준비하고 봉사자로 참여함으로써 다른 형제들에게도 아버지학교의 참다운 의미를 제공한다. 소개 글 ‘2. 아버지학교의 목적’ 참조(https://cafe.daum.net/whdmsvkvkemf/8fZi/24).

 

7) 5가지 주제의 이름이 홈페이지 소개 글 ‘3. 교육 내용’에는 1. 아버지의 영향력, 2. 아버지의 남성, 3. 아버지의 사명, 4. 아버지의 영성, 5. 아버지와 가정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2022년에 새로 제작한 교재 『주님! 제가 아버지입니다』에는 제1주와 2주의 제목이 바뀌어 있다. 본 글은 새 교재의 제목명을 따랐다.

 

8) 이에 대한 설명은 『가톨릭신문』 제3235(2021년 3월 14일), 11면 참조. 이 기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0년에 발표한 교황 교서 「아버지의 마음으로(Patris Corde)」가 나온 다음 해인 2021년 성 요셉 대축일 기획 기사로 작성되었다. 이 기사를 통해 ‘아버지학교’의 정신이 무엇이며,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9) 김덕근(金德根, 요셉) 신부는 ‘아버지학교’가 서울 논현동 성당에서 시작할 때 이를 승인하고 지원한 당시 논현동 본당 주임이었다.

 

10) ‘아버지학교’ 설립 10주년 행사와 의미에 대해서는 『가톨릭신문』 제3161(2019년 9월 8일), 3면 참조.

 

11) 이 내용은 2024년 7월 9일에 이루어진 ‘아버지학교’ 염정식 운영위원장, 문봉주 부위원장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하였다.

 

[교회와 역사, 2024년 8월호, 글 현재우 에드몬드(한국교회사연구소 특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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