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3일 (토)
(백)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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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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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식 [big-llight] 쪽지 캡슐

2021-12-20 ㅣ No.224080

 

 

오래전 월세방에서 생활했을 때 일입니다.

그날도 저는 주인집 불이 꺼진 걸 본 후에야 집에 겨우 들어갔습니다.

월세를 못 낸 지 벌써 두 달째가 다 되었습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월세를 밀려본 적이 없었는데,

나이 땜에 실직을 당한지라 쉽게 일자리가 구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서비스업에 일했었는데 가장 중요한 건 친절함이지

나이가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그런 제 생각이 틀렸나 봅니다.

 

그동안 월급도 빡빡했고, 한 달 벌어 한 달을 겨우 살았기에

월세와 함께 당장 끼니 해결도 무척이나 힘들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저에겐 눈물을 흘리는 것조차 어쩌면 사치였습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 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계신 부모님께

손벌려가면서 객지 생활을 하는 실망시켜 드리기도 싫었습니다.

그래서 두 달째 집주인을 피해 그렇게 도둑고양이처럼 지냈습니다.

 

며칠 전 아르바이트를 구했지만, 월급을 받으려면 한 달이나 남았으니,

이렇게 집주인을 피해 다니는 것도 한 달은 더해야 하는데

어떤 집주인이 가만히 있을까 두려움과 미안함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그날 늦은 시각에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습니다.

저는 조심스레 혹시나 하며 문을 열었습니다.

집주인 아주머님이었습니다.

"불이 켜져 있기에 이렇게 늦은 시각에 와 미안해요."

 

잔뜩 긴장한 제게 아주머님은 손에 들린 반찬통을 내미셨습니다.

"반찬이 남았기에 조금 가져왔어요."

그러시면서 잠시 웃음을 보이셨습니다.

제가 오해할까 봐 오히려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제야 저는 그간의 사정을 말씀드리고 진심 어린 사과를 했습니다.

 

"그런 것 같더라고, 요즘 집에 계속 있기에 뭔 일이 있는구나했는데,

어찌 안타깝게 그런 일이 있었네, 그러면 진작 이야기를 해야지.

너무 걱정 말고 지금껏 월세 한 번 안 밀렸는데,

내 그런 박한 사람이 아무 열려 말아요,

마련되는 대로 천천히 내도돼요."

그리고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가시는 그 모습이

그 때만 해도 어찌나 제 마음을 찐하게 느끼게 하였는지.

 

아무튼 그런 아주머님 덕분일까요?

이제는 착실하게 돈을 좀 모아 다소 큰 전세에 살게 되었고

예전보다 좋은 조건의 직장을 구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주인 아주머님의 그 따뜻한 마음 평생 잊지 못합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누군가를 믿는다는 건, 정말 힘든 일입니다.

내가 먼저 믿어주지 못하면, 누군가가 저를 믿어줄까요?

결국엔 돌고 도는 악순환이 되겠지요.

 

우리 모두 작은 믿음부터 하나하나 실천해 봅시다.

그 작은 믿음이 언젠가 큰 것이 되어

우리에게 큰 행운으로 되돌아올지도 모릅니다.

 

연말연시 어려운 때입니다.

지금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할 줄도 모릅니다.

우리는 지금 그 누군가에게 따뜻한 손길을 먼저 내밀어야만 합니다.

 

주인집 아주머니가 먼저 내민 저 반찬 든 따뜻한 손길이,

월세를 미룬 안타까운 입주자에게 평생 잊지 못할 희망을 안겼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이가 아직도 내 주위에 많다는 것을 새기는

훈훈한 연말연시이면 참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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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반찬통,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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